우물쭈물 국민연금…여론 눈치보며 슬금슬금 후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정부가 국민연금 확대실시 정책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본래의 국민연금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 확대실시와 관련한 보완대책을 22일 발표, 휴.폐업자나 실직자 등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소득이 현저히 줄어든 가입대상자에 대해서는 가입여부를 본인이 결정토록 하기로 했다.

또 소득이 없는 사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파악해 납부예외자로 통보해주고 미신고자에 대해 보험료를 직권부과하는 방침도 유보키로 했다.

이와 함께 도시자영업자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당초 다음달 13일에서 4월 15일까지 연장하고 신고절차도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보완책에 따르면 정부는 가입대상자의 실질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후 휴.폐업한 가입대상자에 대해서는 세무서 단위로 집계된 자료를 입수, 직권 납부예외조치를 내린 뒤 본인에게 통보키로 했다.

실직자는 노동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 실업급여자 명단을 입수한 뒤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가입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이와함께 학생.군인 (사병) 등 납부예외 대상자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와 병무청의 협조를 받아 명단을 확인한 뒤 납부예외 조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고통지서를 받은 학생과 군인들은 별도로 납부예외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기한내에 신고하지 않은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보험료를 부과키로 한 당초의 방침을 철회, 소득실사를 한 뒤 설득을 통해 가입을 유도키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국민연금의 전제조건인 의무가입 조항의 사실상 폐지로 풀이돼 전국민연금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당초 신고 거부자에 대해서는 직권결정으로 4월부터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소득이 있는 데도 신고하지 않은 가입대상자들의 처리를 놓고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달 13일까지 1차신고를 받은 뒤 가입하지 않은 대상자를 상대로 4월 15일까지 2차신고를 받기로 하고 공단이나 동사무소.통장 등에게만 신고하도록 제한하던 신고방법을 수정, 전화나 팩스로도 신고가 가능토록 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20명 가운데 가입자 대표를 12명으로 구성해 가입자에 의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실직자 2만명을 홍보요원으로 채용,가입대상자들과의 밀착홍보를 통해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키로 했다.

김모임 (金慕妊)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은 기간에 제도적 문제점을 집중 보완, 4월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