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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액주주운동 바로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월20일자 최운렬 교수의 '시론' 에 대한 반론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국민은 위정자를 선출해 나라의 살림을 맡기고 주주들은 경영자를 선임해 회사의 살림을 맡긴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은 임기 동안의 경영실적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동안은 재벌총수의 경영전횡으로 인해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는 훼손되고 다수 주주의 권리는 무시돼 왔다.

소액주주운동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민주화해 이러한 반주식회사적 경영행태를 바로잡아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이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경영진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 등 견제받지 않은 재벌총수 1인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주식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고, 주주총회가 총회꾼들에 의한 요식절차가 돼 있는 현실에서 주주의 경영간섭을 운운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혹자는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성이 있는 데 실패에 대한 개인적 책임추궁은 경영자로 하여금 기대이익의 극대화보다 수익률이 낮아도 안전만을 추구하는 보신적 경영행태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어느 기업이나 중대한 경영판단 오류나 투자실패의 경우 관련임원을 해임하거나 좌천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왜 재벌총수라고 예외가 돼야 하는가.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다면 최소한 경영자의 위치에서는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며,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그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참여연대가 책임을 추궁하는 대상은 모든 투자행위가 아니라 부당내부거래 등 위법행위나, 회사에 손해가 될 것을 인지하고도 이루어진 명백한 부실경영행위에 제한돼 있다.

법원의 제일은행 이사진에 대한 4백억원 손해배상판결도 이러한 취지다.

일부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이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극소수의 지분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5대재벌 상장법인의 경우 재벌총수의 지분율은 2%가 안되며,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내부지분율도 30%가 안된다.

결국 재벌회사의 다수는 70%의 지분을 소유한 소액주주인 것이다.

오히려 소수의 지분으로 1백%의 권한을 행사하며 경영을 전횡해 온 것은 재벌총수다.

소액주주운동이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법행위와 부실경영에 대해 경영자의 책임을 묻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스스로 주식회사 제도와 시장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한번도 법적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회사를 대신해 소액주주가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상법상 보장된 정당한 권리다.

아무리 경영을 잘못하고 위법행위를 해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재벌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야말로 경쟁력 상실의 근본원인이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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