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역 세워 달라" 공항철도 '완행철'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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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 간 63.8km를 이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지자체들의 역사 추가 건립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노선에는 당초 10개 역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건설교통부는 최근 건설비를 전액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인천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3개 역을 추가로 세우기로 잠정 결정했다. 거기에 지역 개발과 주민 편의를 내세워 서울시가 2개, 경기도 고양시가 1개의 역을 추가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전체 역사는 모두 16개까지 늘게 돼 건설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항공기 이용객을 위해 인천공항과 서울 도심을 단시간에 연결한다는 공항철도의 건설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들,"주민을 위해 역을 세워달라"=서울시는 2001년 공항철도 건설이 추진될 때부터 현재 택지 개발 중인 마곡지구와 상암지구에 역사를 세워줄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마곡지구의 경우 건설 중인 9호선 마곡역을 지하철과 공항철의 통합역사로 만들고, 상암지구의 경우 지하철 6호선 수색역과 성산역 사이에 가칭 '상암DMC역'을 신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수익 주체인 공항철도 측이 역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건설비 분담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시 대덕동 일대에 가칭 '대덕역'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경기도와 시가 사업비의 25%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역주민들로 이뤄진 대덕역사 유치 추진위원회의 이장성(70) 위원장은 "인구 88만명의 도시를 철도가 통과하면서 역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교부, "지자체가 돈을 내라"=건교부 측은 "지자체들이 요구하는 역을 추가로 설치할 경우 고양 대덕역(지상)은 226억원, 서울 마곡역(지하)과 상암역은 각각 809억원과 753억원이 각각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마곡과 고양 대덕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인천의 경우처럼 역사 건립비를 전액 부담하면 역사 기초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개통 이후 2~3년간 여객 수요를 지켜본 뒤 역사를 건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 상암의 경우 불과 1㎞ 정도 떨어진 곳에 공항철도 수색역이 들어서기로 이미 예정돼 있어 상암역을 추가로 세울 필요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철도는 정부와 11개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인 인천국제공항철도㈜가 4조1000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민자철도로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의 1단계 구간은 2007년 3월에,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의 나머지 구간은 2009년 말에 각각 개통될 예정이다.

전익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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