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봉합수준 머문 방송개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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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송개혁위원회가 위성방송 참여문제에 이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 왔던 방송위원회 구성문제와 지상파 방송의 위상확립에 대한 개혁안을 확정했다.

3개월 한시기구로 출발한 방송개혁위인 만큼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거대 방송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어려운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혁안은 제기된 문제점을 봉합 (縫合) 한 수준이지 완결편은 아니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가장 급한 현안인 방송위원회 구성에서도 정답을 내지 못했다.

여야간 의견대립을 보여온 구성비율을 복수안으로 대통령에게 일임하는 형식을 취했다.

위원을 9~15명으로 구성하고 ①대통령과 국회가 절반씩 선출하는 안 ②1대2로 하는 안 ③1대2로 하되 국회추천분 절반은 시청자대표로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개혁안 대로라면 방송위원회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KBS사장 제청권과 이사선출권, MBC 대지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선출권, 교육방송 사장임명권 등을 장악한다.

막강한 인사권을 장악한 방송위원회인 만큼 당연히 정부 여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위원회 구성은 사실상 대통령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게 돼있다.

1안이든 2안이든 정부 여당 몫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부 여당의 정치적 입김을 차단하려면 적어도 시민단체의 참여 몫을 늘리는 3안이어야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두고 두고 논란의 소지가 될 또 다른 사항이 KBS의 광고 완전폐지와 시청료 대폭 인상문제다.

원칙적 방향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가야 할 길은 광고폐지가 옳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시청료를 1백% 이상 인상할 경우 시청자들의 반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또 시청료 인상만큼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라는 보장이나 장치도 없다.

이미 현행 시청료 징수방식에도 문제제기를 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방송이 부실할 경우 징수저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철저한 내부 구조조정과 프로그램 편성방향을 확정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정해놓고 광고 폐지로 옮겨가는 이행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영인지 민영인지 헷갈리는 것이 MBC 위상문제였다.

이번 개혁안도 어정쩡하기는 매한가지다.

공영채널 성격을 유지하되 방송발전을 위한 일정 기금을 내고 정수장학회 지분을 방송문화진흥회가 인수토록 했다.

무슨 방법으로 지분을 인수할 것인지, 설령 인수하면 저절로 공영방송이 되는 것인지 헷갈리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잘못 만져 터지는 졸속 개혁 보다는 늦더라도 합리적 개혁안을 내는 게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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