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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오잘란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압둘라 오잘란 체포에 항의하는 쿠르드인의 격렬 시위는 18일 쿠르드인이 거주하는 전세계의 주요도시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유럽은 물론 북미.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 지구촌 전체가 오잘란 몸살을 앓고 있다.

쿠르드인의 시위는 최소한 4명이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등 극렬 양상마저 보여 4천년을 나라없이 살아온 쿠르드인의 한 (恨) 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내의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터키 정부에 오잘란을 '현명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등 파문을 진화하기에 안간힘이다.

반면 터키는 오잘란의 체포를 쾌거로 받아들이며 고무된 표정이다.

◇ 터키 = 터키 국민들은 오잘란의 체포에 대해 "불법 테러리스트가 드디어 터키 법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며 들떠 있다.

터키의 국립묘지엔 쿠르드 반군과의 교전에서 숨진 터키군을 추모하는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불렌트 에제비트 총리의 인기도 상종가다.

그는 오잘란을 체포한 특공대를 직접 지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언론들은 그를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일을 했다" 고 칭송하고 있다.

오잘란 체포작전의 성공은 두달 남짓한 총선에서도 에제비트 총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이라크 성향의 쿠르드애국연합 (PUK) 이나 친이란 성향의 쿠르드민주당 (KDP) 등 오잘란과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다른 쿠르드 단체도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 독일 = 오잘란 사태가 자국내 폭력사건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독일에만 터키인 2백만명.쿠르드인 50만명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터키계 레스토랑 세곳이 쿠르드인으로 보이는 괴한들의 화염병 공격을 받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베를린에서 쿠르드 시위대와 이스라엘 총영사관 경비병 사이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43명이 부상한 사건도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슈뢰더 총리는 17일 "법질서를 준수하는 사람은 환영받겠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자는 독일을 떠나야 한다" 며 단호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독일에서는 이미 쿠르드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테러와 폭력사건이 빈발해왔다.

◇ 그리스 = 테오도로스 팡갈로스 외무장관과 알레코스 파파도풀로스 내무장관.필리포스 페트살니코스 치안장관 등 3명의 장관이 18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다.

국민정서는 반 (反) 터키임에도 그리스 정부가 오잘란의 체포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오잘란 체포 직후부터 그리스에서는 야당은 물론 집권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PASOK) 과 코스티스 스테파노풀리스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전모를 공개하라" 며 시미티스 총리 정권을 압박해왔다.

그리스 언론들은 오잘란이 19세기 오스만 터키와 싸웠던 조상들의 화신 (化身) 으로 생각하는 국민감정을 지적하며 정부가 오잘란의 체포에 일조했다는 의혹을 수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 기타 = 미 국무부는 오잘란 체포에 협조했다는 외국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17일 자국민을 대상으로 "그리스 공관 및 직원들이 폭력에 희생됐으며 이런 위험성에 대비, 거주민이나 여행객들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 고 경고했다.

[런던.베를린.앙카라 =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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