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권가 거함 '노무라' 몰락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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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증권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수십년간 '걸리버' 라 불리며 업계에서 '천상천하 (天上天下) 유아독존 (唯我獨尊)' 이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던 노무라 증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해외 자회사들이 연이어 거액의 손실을 낸데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기업의 매출액에 해당되는 영업수익에서 다이와 (大和) 증권에 1위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말은 4대 증권사 (노무라.다이와.닛코 (日興).야마이치 (山一) ) 라고 하지만 노무라는 80년대 후반 5천억엔의 경상이익을 올리며 사실상 '1강3약' 체제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노무라 내부에서조차 "노무라가 야마이치 증권의 전철을 밟아 폐업의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 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결산에서 노무라는 76억엔의 경상적자를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영업수익이 3분기의 3분의 1 수준인 6백71억엔에 머물며 만년 2위였던 다이와에 추월을 당한 것이다.

수수료 수입면에서도 노무라는 1백55억엔으로 다이와의 1백58억엔에 역전당했다. 또한 노무라가 98년 제2창사를 선언하며 목표로 내건 '자산관리형 영업' 의 기둥이 되는 투자신탁분야에서도 수수료 수입이 다이와의 30%, 닛코의 60%수준에 그치는 극도의 부진함을 보였다.

노무라 몰락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 먼저 해외에서의 출혈이 엄청났다. 미국에서의 부동산채권담보증권 (CMBS) 사업실패와 러시아 채권 손실액은 무려 2천6백억엔. 지난해 러시아 사태이후 유동자금이 국채 등 안정성 높은 자산으로 역류하면서 투자위험도가 높은 CMBS가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더욱 문제는 "해외에서 안되면 국내에서 벌겠다" 는 우지에 준이치 (氏家純一) 사장의 호언이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지에 사장은 98년 "주식거래 수수료를 통한 영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투자신탁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하겠다" 고 선언했지만 실적은 당초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내우외환에다 노무라 파이낸스 등 자회사의 손실까지 겹치는 3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97년 주식총회꾼 이익공여사건으로 당시 사장 등 간부 3명이 최근 유죄판결을 받아 기업이미지도 말이 아니다.

한편 일본 증권거래 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청은 18일 노무라의 리스크관리 체제와 업무실태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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