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銀紙畵 사진자료로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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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뉴욕 현대미술관 (MoMA) 의 소장품인 대향 이중섭의 은지화 (銀紙畵) 3점의 사진자료가 갤러리 현대 (02 - 734 - 6111)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특별전' 에 전시되고 있다.

이 은지화는 함께 전시 중인 '싸우는 소' '환희' 를 55년 대구 전시회때 사들였던 아서 맥타가트 (84) 씨가 56년 뉴욕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다. 원 작품 대신 사진자료가 오게 된 것은 문화관광부의 갑작스런 전시 결정 탓.

갤러리 현대는 지난해 12월초 문화관광부로부터 1월의 문화인물 선정 기념으로 전시를 의뢰받자 곧바로 은지화 대여를 추진했으나, 뉴욕현대미술관측은 "작품을 외국에 빌려주려면 적어도 6개월의 심사 기간을 가져야 한다" 며 난색을 표명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기증자 맥타가트씨가 직접 뉴욕현대미술관에 편지를 써 특별요청을 했음에도 대답은 '노' 였다. 사진자료 역시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6일에야 겨우 도착했다.

이중섭전같은 대형 전시회는 최소한 6개월~1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상식' 이 고려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전시 중인 은지화는 '신문을 보는 사람들' (9.8×15㎝) '낙원' '도원' (8×14.4㎝) 으로 50~52년 사이에 그린 것. 55년 당시 대구 미공보원장이자 이중섭의 후원자였던 맥타가트씨는 은박지라는 획기적 재료가 지니는 개성과 매력에 주목, 뉴욕현대미술관에 이 작품들을 소개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중섭이라는 한국의 화가가 색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전쟁 중이라 재료를 구할 길이 없어 담뱃갑의 은박지 위에 긁는 방법으로 자신의 드로잉을 고안해냈다" 는 평을 싣기도 했다.

한편 갤러리 현대는 관람객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3월9일까지 전시기간을 연장했고, 8백여 명의 청중이 몰렸던 유홍준 교수의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이중섭의 위치' 앙코르 강연을 3월5일 오후2시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열 계획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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