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3일 개봉 '연풍연가'여주인공 고소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내숭을 떨 줄 모른다" 던 영화배우 고소영 (27) 이 이번에 정말 내숭 좀 떤 모양이다. 요즘 충무로는 온통 고소영 이야기다.

13일 개봉될 '연풍연가' 에서 고소영의 '변신' 은 이처럼 성공적이다. 말괄량이같은 당돌함,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불변할 것 같은, 그래서 연기의 폭이 TV화면 크기만치 작아보였던 고소영이 이젠 영화의 스크린을 꽉 채울 정도로 컸다.

'연풍연가' 는 지금까지 TV나 영화로 보았던 고소영 연기중 으뜸이다. '연풍연가' 가 어떤 작품이기에 그토록 화제일까.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미끈한 남자' 장동건이 고소영의 맞상대인 '연풍연가' 는 제주 섬처녀와 서울 샐러리맨이 엮는 멜로영화다.

고소영 (작중 이름은 '고영서' ) 은 제주의 관광안내원. 둘이 우연처럼 만나 한바탕 사랑의 엇갈림 끝에 필연처럼 재회하는 이야기는 멜로의 '뻔한' 법칙에 충실하다.

그러나 고소영의 연기는 이처럼 '뻔한 것' 에 대한 배반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대한 도전, 이를 내면으로 삭혀 영화 자체의 상투성까지 극복시켜주는 힘. 그게 '연풍연가' 에서 고소영의 연기다.

"여러 분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도회지 물을 빼는 게 어려웠어요. " 그 도회지 물을 빼자 고소영에겐 영락없는 섬처녀의 순박함이 드러났다.

"그동안 길러온 긴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제주도 사투리를 익히느라 진땀도 많이 흘렸지요. " 영화속 고소영의 풋풋한 이미지는 이 작품으로 국내 첫 여성촬영감독이 된 김윤희씨가 안정감 있게 구사한 장동건과의 2인 풀쇼트에 아름답게 담겼다.

마치 제주도 연작 사진첩처럼 하도 예뻐서 당장에라도 제주도로 달려가고픈 충동이 인다.

"특별히 제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진 않아요. 마치 소풍나온 듯 노릇노릇 익은 가을 풍경 속에 섞이다 보니 편안하게 잘 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지요. " 잠시 고소영의 첫 출세작인 TV드라마 '엄마의 바다' 를 상상해본다.

졸지에 아버지를 잃고도 엄마를 위로하기 보다는 '내 것' 을 찾으려고 심통이나 부리던 철없던 둘째딸. 그처럼 고소영에게 겸손은 '사치' 였는데 이젠 남을 생각하는 인간미도 풍긴다.

고소영의 영화출연작은 이번까지 4편. 작품성과 흥행면에서 고만고만한 '범작 (凡作)' 이었다. 영화 데뷔작인 '구미호' (94년) 는 서울 관객 19만명. 이어 나온 '비트' '해가 서쪽에서 뜨면' 은 각각 35만과 20만명을 기록했다.

"관객이 많이 들면 물론 좋지요. 하지만 요샌 배급망이 흥행을 좌우하잖아요. " 관객동원이야 지금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연풍연가' 는 고소영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임엔 틀림없다.

'연풍연가' 의 박대영 감독은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자기식의 해석을 꼭 관철시키고 마는 의욕의 소유자" 로 고소영을 평했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