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왜 계속 늦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검찰 인사가 산넘어 산이다.

검찰은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사건과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의 항명, 평검사들의 집단서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인사를 통해 다시 묶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혀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사가 자꾸 늦어지면서 조직 내부에서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수뇌부들간의 감정다툼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인사 때문에 오히려 조직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고검장들간에 서로 "나가라" "못나가겠다" "그러면 함께 나가자" 는 등의 말까지 오가면서 흉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李변호사 사건으로 沈고검장을 포함, 검사장 3명이 옷을 벗었는데 검사장급 세자리만으론 원활한 인사가 불가능하고 일부 고검장들이 나가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 유관단체인 형사정책연구원.법률구조공단의 일부 장 (長) 들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겠다" 는 의사를 이미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태정 (金泰政) 총장의 임기가 6개월여 남은 마당이어서 차기 후보인 고검장들로선 자진 용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혁인사를 위해 다 함께 나가자" 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별이 곤란하다면 총장 임기제를 지키는 대신 고검장 이상이 다 옷을 벗자는 것이다.

또 "검찰총장이 꼭 현직에서 나와야 하느냐" 는 말도 나온다.

차기 총장을 이번에 용퇴한 고검장 군 (群)에서 뽑으면 된다는 논리다.

신직수 (申稙秀) 전 검찰총장은 현역이 아닌데도 박정희 (朴正熙) 대통령에 의해 총장에 임명됐던 전례가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이다.

여권에선 "내년 총선을 위해 의원 출신 장관은 당으로 원대복귀시킨다" 는 말들이 나돌고 그럴 경우 朴장관의 거취도 불분명해진다.

이 때문에 인사시기에 대해서도 추측만 무성하다.

10일로 예정됐던 당초 목표는 '설 이후' 로 수정됐다.

그러나 설 이후엔 가능할지도 확신이 없다.

朴장관은 오는 22일 앨 고어 부통령 초청으로 미국에 간다.

설 연휴 이후에 곧바로 인사를 해도 과거처럼 검사장 - 평검사 순으로 1주일 간격을 둔다면 평검사 인사는 장관이 없을 때 해야한다.

그 때문에 인사가 아예 朴장관이 귀국하고 난 후인 3월초나 아니면 개각 때까지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검사장과 평검사 인사를 미리 다 준비해 놓고 하루 단위로 발표한다는 말도 있다.

이래저래 검찰은 뒤숭숭하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