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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탐방] 중. 아슬아슬 미국 주가, 대폭락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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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글쎄요. 분위기로는 다우지수가 10, 000을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처럼 보이는데…" 월가 25년 경력의 최영애 살로먼 스미스바니 선임부사장의 말이다.

사실 미국주가가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른다. 모건 스탠리의 글로벌투자전략가인 바튼 빅스는 최근 "파티가 끝났다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파장에 가까운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다우지수 (블루칩 30개 대상) 는 16%, S&P500 (대형주 500개) 은 26%, 나스닥 (마이크로소프트.야후등 컴퓨터.인터넷 관련 주식을 포함한 장외시장 수천개 종목) 은 39% 올랐다. 5% 남짓하는 30년만기 국채금리와 비교해 엄청난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S&P지수는 3년째 해마다 20% 이상 올랐다.

인터넷 관련 주식들은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해 10배나 뛰어 설립된지 1백년이 넘는 시어즈 백화점의 시가총액을 능가했다. 최근 지오시티스를 인수한 야후의 주가는 6배 가까이 올랐다.

최부사장에게 물었다. "인터넷 주식으로 재미 좀 보셨습니까. " "천만에요. 아시다시피 인터넷 주식중 제대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제가 관리하는 은퇴자금을 투자할 대상은 아니지요. 하기야 지금은 주가가 너무 올라 엄두도 못낼 지경이지만. " 그녀의 대답이다.

지난달 28일 상원 예산위원회에 나온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의장도 "유통경로가 전통적인 방식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인터넷 주식중 상당수는 실패할 것으로 본다" 고 경고했다.

주가변동폭이 커지고 상승이 일부 종목에 국한되고 있는 현상은 분명 싸이클 말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7월중순부터 8월말까지 불과 6주동안 다우, S&P 둘다 20%씩 폭락하자 "베어마켓 (대세하락) 이 시작됐다" 는 진단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졌다. 나스닥도 8월31일 하루에 8.6% 폭락한데 이어 10월8일까지 연중고점대비 30% 하락했다.

그러나 연말이 되기전 세 지수 모두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회복, 폭락에 대한 우려를 일소했다.

하지만 중소형지수인 러셀2000은 10월8일까지 무려 36% 하락했고 아직 고점대비 - 14%에 머물러 있다. 또 거래소.장외시장을 통털어 지난해 거래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고 그 숫자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들은 종목선택에 열중하게 되고 이는 종목집중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주가가 일부 종목에 과열되는 이유로 최부사장은 첫째 온라인을 통한 개인의 직접투자가 늘어나 단타매매가 성행하고 둘째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나이가 29세다 보니 매매회전이 빠를 뿐만 아니라 대세하락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하게 표현하면 '뜨거운 맛을 보지 못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는 얘기다. 척 클라우 메릴린치 수석투자전략가는 "미국도 과잉투자가 진행중" 임을 지적하면서 올해는 미국이나 유럽의 장기채권을 사라고 권한다.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여건에서 고정비 증가는 이익 감소를 초래한다.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S&P500종목의 주당이익이 전년대비 98년 1.2%, 99년 2%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미국주가는 '11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점진적인 조정과정을 거칠 것인가 아니면 87년과 같은 대폭락이 일어날 것인가다. 하지만 월가에서 주가폭락을 예언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고 폭락을 수용할 준비도 돼 있지 않은 듯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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