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 관계 복원나선 여]정치에도 '햇볕'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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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으나 정치가 꼬여 어려움이 많다" "정치권에도 햇볕정책이 도입돼 햇볕이 쨍쨍 내려쬐야 모든 게 풀려나갈 것이다" .

김정길 (金正吉) 행자부장관이 청와대정무수석에 기용된 다음날 (6일) 던진 첫마디다.

金신임수석은 이날 金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햇볕론' 을 인용해 향후 추구할 정치상을 그렸다.

金신임수석은 "여야는 대화로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 면서 "야당은 할말이 있으면 장외집회를 할 게 아니라 원내에서 대화로 해야 한다" 고도 했다.

金신임수석의 말에서도 느껴지듯 전격 단행된 '2.5개편' 직후부터 여권이 대화정치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게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야당가에도 다소의 기대감이 서리고 있다.

金수석은 8일 한나라당을 신임인사차 방문한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이부영 (李富榮) 총무 등 한나라당 고위인사들과 접촉을 시작한다.

金수석은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도 이른 시일 안에 방문할 예정이다.

야권인사들과 뿌리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그가 金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야당가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그런대로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은 "상당히 비중있는 협상카드가 그의 손에 쥐어지게 될 것" 이라고 예상한다.

李총재에게는 세풍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상목 (徐相穆) 의원 처리문제가, 金전대통령에게는 차남 현철 (賢哲) 씨 사면이 선물로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청문회가 13일 종료되고 설 연휴가 끝나면 여야 총재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을 점치는 등 때이른 기지개를 켜기도 한다.

여야의 이해관계와 필요성이 맞물려 있어 황당한 기대가 아니지 않으냐는 얘기다.

여권은 金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즈음해 여야 협력을 포함한 대화합조치를 적극 모색중이다.

한나라당도 '장외투쟁 계속' 을 외치지만 비주류의 비협조로 이를 지속해 나갈 힘이 소진되고 있다.

그래서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의 중심에는 일단 金수석이 자리하고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金수석이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당분간 기능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은 그가 '상생 (相生) 의 정치' 를 얘기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진단 속에도 야권은 DJ의 정국포석의 기본이 '동서화해' 보다 '동진정책' 을 통한 세력확장에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정무수석이 영남인사로 바뀌었다고 DJ의 기본구상이 변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상도동측은 金수석 등 영남인사를 중용한 이번 인사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다.

YS는 6일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한나라당 박종웅 (朴鍾雄) 의원으로부터 인사내용을 보고받았으나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朴의원은 "金전대통령의 분위기는 완전히 얼음장이었다" 며 "영남중용 개각에 대해서는 아예 의미 자체를 부여하지 않았다" 고 전했다.

그는 되레 정태수 (鄭泰守) 전 한보그룹 총회장이 92년 대선 당시 1백50억원을 제공했다고 증언한 것을 떠올리며 "이것은 과거 '정권말기' 의 수법과 똑같은 정치공작" 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불행해진다" 고 강력히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들은 YS의 청문회 출석 - 대국민 공개사과와 차남 현철 (賢哲) 씨 사과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하고 있다.

YS의 초강경 대응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하면서. 어쨌든 金대통령의 새 정치 참모 기용으로 여야 관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하경.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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