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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편지·초상으로 보는 이광수·김동인·주요한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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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동인이 1942년 감옥에서 부인에게 보낸 편지. 정돈되지 않은 글씨체가 불우했던 말년을 증언하는 듯하다. [영인문학관 제공]

이광수(1892∼1950), 김동인(1900∼51), 주요한(1900∼79). 한국 근대문학사의 첫 머리를 장식한 인물들이다. 김동인이 이광수와 더불어 한국 근대소설의 개척자 또는 확립자였다면 주요한은 김억 등과 함께 근대시 형성에 기여했다(민족문학사연구소 편, 『새 민족문학사 강좌 02』).

세 사람은 동인지 ‘창조’ 발간에도 나란히 관여했다. “200원이면 잡지 발간이 가능하다”는 주요한의 말을 듣고 김동인은 ‘창조’를 창간한다.

하지만 지명도에서 한계에 부딪치자 ‘평생의 라이벌’ 이광수를 뒤늦게 끌어들인다. 셋은 평안남·북도로 출생지가 비슷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세 문인의 체취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 ‘한국문학, 그 새벽에 온 사람들 1-삼인전’이 다음 달 11일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린다. 초상화·흉상·사진 등 문인들의 생존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는 물론 아내 등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 원고 초고와 단행본 등 세월의 무게가 곱게 내려앉은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문인 별로 30∼40점 규모다. 강인숙 관장이 이광수 매니아인 노경환씨, 김동인의 2남 광명씨, 주요한의 3남 동설씨 등 유족으로부터 어렵사리 빌린 자료들이다.

김동인이 ‘천황모독죄’로 감옥에 갇혔던 1942년, 아내 김경애에게 보낸 편지는 애잔하다. “사랑하는 안해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는 “아이의 病(병)은 엇더한지 或(혹)은 죽지나 안했는지 걱정이오. 그러나 運命(운명)이야 엇지하리오”로 이어진다. 문학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족의 안녕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던 지아비, 동인의 안타까운 면모가 읽힌다.

9월 11일 문학평론가 이어령씨와 소설가 서영은씨의 강연과 낭독, 19·26일, 10월 10·17·24일 각각 세 문인에 대한 작가론 강연 등 부대행사가 이어진다. 02-379-3182.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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