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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수익모델, 있습니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9호 35면

요즘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엔 ‘수익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매출 중심의 경영에서 이익 중심의 경영, 즉 ‘이익경영’에 치중하면서 최근 경영 현장에서 가장 강조되는 말은 ‘기존 수익모델의 효율성 제고’와 ‘신규 수익모델 창출’입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필요한 체크리스트 중에 ‘Why, What, How’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왜 하느냐?’‘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How가 특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 잘라내는 판에 명분(Why)이 중요해요? 방법(How)을 찾아내란 말이에요. 방법을.”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좋은 얘기(What) 그만하시고요. 지금 당장 현장에 나가세요. 방법(How)을 현장에서 찾으세요.” 중역회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두 ‘기존 수익모델의 효율성 제고’의 여파입니다.

1990년대 경영자들의 고민은 모 그룹 기업광고 카피에도 나왔듯이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였습니다. 2000년대 경영자들의 고민은 “1등도 사라질 수 있다”입니다. 상류층의 차에만 설치되어 소위 부의 상징이었던 ‘차량전화’가 유행하던 때가 언제입니까? 불과 20여 년 전입니다. 음반 하나가 280만 장이나 팔려 기네스북에 오른, 가수 김건모씨의 3집 앨범이 발매된 해가 언제입니까? 불과 14년 전입니다. 지금은 그 어떤 가수도 음반으로는 돈을 벌지 못합니다. ‘신규 수익모델 창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직장인들은 회사 경영을 위해서는 밤새워 고민하면서 자신의 인생 경영을 위해서는 밤을 새우지 않을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의 돈을 늘리는 데는 온갖 아이디어를 내면서 왜 자신의 돈을 늘리는 데는 아이디어를 내지 않을까? 왜 회사의 신규 수익모델 창출에는 전력을 다하면서 자신의 신규 수익모델 창출에는 소홀할까?

2006년 보건복지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79.1세입니다. 그런데 평균수명 통계는 ‘죽은 사람들 나이의 합을 사람 수로 나눈 것’입니다. 즉 아이 때 죽은 사람도 통계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의학의 발전까지 감안하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90세까지는 거뜬히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의 정년은 60세입니다. 기업체 정년은 보통 공무원 정년보다 짧습니다. 60세 이전에 직장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통하여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얻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오너가 아닌 분들은 지금 다니시는 직장을 그만두신 후 최소 30년 이상 더 사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이 부모의 ‘평생 수익모델’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였을 때입니다. 그 시절에는 5부자, 7부자, 10부자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부자는 ‘父子’의 뜻이기도 하였고 ‘富者’의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딸은 출가외인이라 하여 지출모델에 속했고 아들은 노동력이 있어 수익모델에 속했습니다. 남아선호의 원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들딸 구별 없이 모두 지출모델입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모두 단합하여 출산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평생 수익모델’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입니다. 회사를 고를 때는 망하지 않을 회사를 고르고 오로지 그 회사에 올인하면 자신의 평생이 해결된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개념은 없어졌습니다. 설령 정년을 다 채운다 할지라도 우리의 직장은 ‘30년’ 직장에 불과하니까요.

여러분의 바로 앞에 있는 30년, 혹은 여러분이 언젠가 맞이하게 될 30년은 벌어놓은 돈을 쓰고만 지내기엔 너무나 긴 세월입니다. 9월이 다가옵니다.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회사의 수익모델을 생각하시는 틈틈이 자신의 수익모델도 생각하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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