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경기 호전 기대감에 수입도 회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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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경상수지가 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또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가 늘면서 증권투자수지는 사상 최대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44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경상수지 흑자는 누적액으로 261억5000만 달러가 됐다.

부문별로는 상품수지가 61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1년 전과 비교해 수출(335억7000만 달러)은 20.5% 감소했고, 수입(274억 달러)은 34.8%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진 것이다. 다만 전월과 비교한 수입 증가율(9.8%)은 수출 증가율(6.3%)을 앞질렀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크게 위축됐던 수입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맞아 크게 줄었던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서비스 수지는 지난해 10월 5500만 달러의 적자로 거의 균형을 맞췄지만 지난달엔 적자가 18억9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2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액수다. 서비스수지로만 보면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8월엔 상품수지 흑자가 줄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하면 지금과 같은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수는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을 위한 자본재와 내수를 위한 소비재 수입이 늘어난다”며 “최근 국제유가도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엔 증권투자 등 자본 거래를 통해서도 달러가 유입됐다. 특히 증권투자수지는 79억4000만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순유입을 보인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1~7월의 증권투자수지의 순유입액은 282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3억4000만 달러)의 다섯 배를 넘는 규모다.

지난달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수지와 파생상품수지를 합한 전체 자본수지는 6월의 2억9000만 달러 순유출에서 지난달 23억8000만 달러의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올 들어 자본수지는 107억3000만 달러의 유입 초과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에서의 자본 유입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경상수지와 달리 자본수지는 한 달 동안에도 추세가 급속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10월엔 251억9000만 달러가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나갔다.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와 세계 경제의 회복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한은 이영복 팀장).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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