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타격의 달인 ‘좌우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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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2009 프로야구 타격왕 자리를 놓고 좌우 두 타자가 뜨거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인공은 LG 좌타자 박용택(30)과 롯데 우타자 홍성흔(32)이다. 이들은 28일 현재 근소한 타율 차이(홍성흔 0.384, 박용택 0.372)로 나란히 생애 첫 수위타자에 도전하고 있다. 올 시즌 ‘타고투저’로 인해 이들의 타율도 무척 높다.

두 선수 모두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0년대 들어 최고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각각 역대 4,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백인천(1982년·0.412)과 이종범(94년·0.393), 장효조(87년·0.387) 등이 이들보다 위에 있었다.

둘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타이틀에 도전한다. 박용택은 올 시즌 장타가 늘면서 타율이 상승하고 있다.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홈런(17개)도 이미 달성했다. 톱타자로 출루율까지 높아 팀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기복 없이 꾸준한 타율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5년 타격왕을 차지한 이병규(현 주니치)에 이어 ‘미스터 LG’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LG가 사실상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멀어져 개인 타이틀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반면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에서 이적한 홍성흔은 홈런 욕심을 버리면서 고타율을 올리고 있다. 4월에는 타율이 2할대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지만 밀어치기 위주의 간결한 스윙을 하면서 타율이 급상승 했다. 지난달 월간 타율 4할을 넘어섰고, 8월 들어서도 불방망이는 식지 않고 있다. 소속팀 롯데가 치열한 4위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철저히 팀 배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적 첫해 ‘롯데맨’으로 자리 잡고 있는 홍성흔은 타격왕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역대 타격왕은 왼손 타자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27년간 오른손 타자가 타격왕에 오른 것은 아홉 번에 불과했다. 장효조·양준혁 등 최고의 좌타자들이 여러 해에 걸쳐 왕좌를 차지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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