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거주 홍콩자녀 왕래놓고 中-홍콩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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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홍콩 = 진세근 특파원]홍콩의 '한나라 두체제' (一國兩制) 원칙이 중국 회귀 이후 가장 까다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한나라 두체제' 를 규정한 홍콩 기본법의 정신을 지키려는 홍콩 종심법원 (대법원) 과 이를 못마땅해 하는 중국 정부간 갈등이 대륙거주 홍콩인 자녀의 홍콩 이주 허용 여부로 맞대결로 번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홍콩으로 통하는 선전 (深수) 시 변경지역에 '우징' (武警.반체제 시위나 불법단체를 분쇄하기 위한 특수부대) 수천명을 증파, 경계선 5m마다 경비병을 세워 삼엄하게 봉쇄했다.

물론 일반 여행객은 홍콩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홍콩에 부모를 둔 '내지 (內地.중국) 자녀' 의 월경은 철저히 차단됐다.

선전 시내 여행사에도 '홍콩에 부모가 있는 대륙인의 홍콩 여행은 불허한다' 는 공안부 통지가 이미 전달됐다.

밀항단속 비상령도 내렸다.

중국 정부의 경계선 봉쇄는 홍콩 종심법원이 지난달 29일 "홍콩 주민을 부모로 둔 내지 자녀들의 홍콩 거주권을 무조건 인정한다" 고 판시한데 대한 대응조치다.

표면적으로는 4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대륙거주 자녀들이 한꺼번에 홍콩으로 밀려드는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면에는 홍콩법원의 '항명' 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본때 보이기 성격이 짙게 깔려 있다.

내지 자녀는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전 홍콩으로 이주해 영구거주권이나 일반거주권을 얻은 홍콩 주민들이 중국땅에 남겨 놓고온 자녀들. 중국 정부는 이들이 홍콩 통치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귀환 직후인 97년 7월 10일 '입경 (入境) 수정조례' 를 발표했다.

조례는 '영구거주권을 지닌 홍콩 주민의 혼인으로 얻은 자녀임을 인정받은 중국인은 공안부의 허가를 거쳐 정해진 규모에 따라 홍콩 이주가 허가된다' 고 규정했다.

갖가지 조건을 달아 홍콩 이주를 사실상 막은 것이다.

종심법원은 그러나 입경수정조례를 '위헌' 으로 규정하고 "홍콩 기본법을 해석할 권한은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가 아닌 홍콩 종심법원이 갖는다" 고 천명했다.

중국 정부가 분노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방침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국경경비 강화 외에 다른 대응은 삼가고 있다.

그러나 자국내 이민법을 적용해 이주를 계속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 홍콩 정부는 내지 자녀들이 떼지어 홍콩에 몰려올 경우 주택비 2억4천5백만홍콩달러 (약 3백67억원) , 교육비 64억홍콩달러 (약 1조원) , 의료비 12억8천홍콩달러 (약 2천억원) 등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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