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색 시조 '술은 하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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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술은 하루도 없지 못할 것

시는 하루도 쉬지 못할 것

인인 (仁人) 의사 (義士) 들 마음 괴로워

시를 쓸 듯 쓰지 못할 듯

술을 끊을 듯 끊지 못할 듯

- 고려말 이색 (李穡.1328~1396)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그리고 목은 이색을 고려 3은이라 한다.

세 사람 다 이성계의 건국에 등졌다.

포은이 먼저 피살되고 목은도 의문사였고 야은도 불안에 처했다.

이색은 시조도 있거니와 이렇듯이 7언 (七言) 의 고시체 (古詩體) 도 있다.

술과 시에 자못 깊숙이 묻힌 나머지 때로는 백발 흩날려 풍월을 읊어냈다.

중세의 뒤끝은 정치에도 시의 격조가 바탕이 되니 오늘날의 정치에도 제발 시심이 깃들이기를 바란다.

한강 물 위의 배에 탄 마지막 모습의 이색을 그려본다.

강 건너가 저승이던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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