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11개팀 입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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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남산의 옛 안기부 부속건물이 2년간의 작업끝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SAC) 로 새 단장해 이르면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메카로 세워진 이곳에는 첨단 제작시설과 지원시스팀 준비가 거의 끝났다.

이곳을 요람으로 삼아 비상의 날개를 펼 애니매이션 그룹을 만나봤다.

'퓨처아트, 조범진팀, 동그리미, 스튜디오 마블, 몽상가, 화끈, 애니멀, 드래곤플라이 게임공장…. ' 지난해 12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지원실 입주경쟁의 관문을 넘은 11개 애니메이션 창작그룹. 설레는 마음으로 3일부터 시작되는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동그리미' 의 노길상 (31.서울대동양화과) 씨는 "장비가 워낙 비싸고 작업공간도 충분치 않아 눈치봐가며 기존 제작사 스튜디오를 기웃거려야 했다.

이제는 그동안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들을 작품으로 전환할 수 있게됐다" 고 말했다.

평당 8만원의 보증금과 평당 8천원의 월 사용료만 내면 첨단장비를 무료로 사용하며 24시간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일본.미국의 '하청공장' 이라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부끄러운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각오와 처방도 분명하다.

"외국의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받아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복사를 떠서 색칠하고 필름을 찍는 단순 작업 (프로덕션)에만 몰두하던 시대는 우리가 끝내겠다. "

"이제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획.시나리오 작성.캐릭터 개발 등 제작 사전작업 (프리프로덕션) 과 편집.녹음의 제작 사후작업 (포스트프로덕션) 을 해낼 기초적 여건이 갖춰졌다. " 팀마다 지향점이나 색깔도 다채롭다.

8인조 '퓨처아트' 의 나기용 (31) 씨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발맞춰 작가주의와 예술지향의 창작활동을 해나가겠다" 고 밝혔다.

동양화적인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사람들이 뭉쳤다는 4인조 '동그리미' 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동양화의 먹의 번짐을 살려내기 위해 이당 (以堂) 김은호 (金殷鎬) 화백의 그림을 탐구한 결과 "최근에 비법을 발견했다" 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 '비법' 은 최초의 한국적 애니메이션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5분짜리 '적송 (赤松)' 을 통해 오는 3월쯤 공개될 예정. 조범진 (33) 씨는 "서울시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인식변화는 환영하지만 이같은 관심이 몇년만에 거품으로 끝나지는 말아야 한다" 는 바람도 털어놨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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