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당으로… JP 빠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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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청와대 국무회의 뒤에 있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JP) 국무총리의 올해 네번째 독대 (獨對) 후엔 평소와 좀 다른 일이 발생했다.

金총리는 35분간 단독 대좌한 뒤 삼청동 내리막길 차 속에서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를 찾았다.

朴총재가 마포 당사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럼 당사로 가자" 고 했다.

金총리가 자민련 당사를 방문하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닌 데다 청와대 독대 뒤 막바로 朴총재를 만나는 일도 이례적이다.

JP는 5층 자신의 명예총재실에서 "여기 오니 아늑하고 편해서 좋네" 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어 15분간 金총리는 朴총재.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와 '밀담' 을 나눴다.

밀담에 들어가기 전 JP는 기자들에게 "좀 상의할 일이 있어 왔다.

나중에 알게 될 것" 이라고만 설명했다.

DJP 대좌나 3자 밀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속시원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경제청문회가 실질적이고 유효한 활동이 되도록 하라" "여당만의 청문회여서 아쉽다" 는 청문회 부분과 "청주 등의 경제회생 대책을 당정이 마련할 것" 이라는 충청권 문제를 JP가 언급했다는 브리핑만 있었다.

JP는 오후에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金수석부총재.박준병 (朴俊炳) 사무총장과 오랫동안 머리를 맞댔다.

JP는 DJ와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朴총재.金수석부총재와 어떤 상의를 했을까. 측근들 말을 종합하면 '개헌 - 합당론' 과 관련한 주제는 아닌 듯하다.

대신 金대통령은 "金총리와 자민련이 아니었으면 공동정권 창출은 불가능했으며, 앞으로 정국안정.청문회.지역화합을 위해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자" 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얘기를 朴총재.金수석부총재에게 귀띔하면서 金총리는 "자민련이 대통령의 정국 타개책을 뒷받침하는데 전력을 다하자" 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때보다 밀월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DJP가 개헌 - 합당 문제의 결론을 내기에 앞서 정치권 주변 문제부터 공동으로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JP는 이날 시위하듯 보여주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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