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심상찮은 전셋값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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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셋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혹시 국제통화기금 (IMF) 위기 이전 매년 겪던 부동산값 상승체인이 재연되는 건 아닐까. 그 때는 분당.평촌.산본 등 신도시아파트 전셋값 (2~3월)→신도시 중소형 아파트값 (3~5월)→서울시내 전셋값.아파트값 (4~5월)→단독주택 전셋값 (4~6월)→땅값.단독주택값 (5~7월)→건축붐 (7월 이후) 의 상승체인이 매년 어김없었다.

불은 신혼부부들이 지폈다.

4~6월에 날을 잡은 예비부부들이 설만 지나면 집단적으로 비슷한 평수의 신도시 새 아파트를 집중 공략해 전셋값을 올린 것. 지난해엔 체인이 역방향이었다.

건축붐 퇴조→땅.주택값 하락→상상할 수도 없었던 아파트값 추락은 물론 신도시아파트 전세 대란까지 이어졌다.

IMF위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전세반환자금 대출도 효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6개월밖에 안걸린 체인의 속도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후 6개월. 체인의 반작용이 시작됐다.

결혼을 늦췄던 지난해 커플들, 새로운 올해 커플들. 본가로 들어갔던 세대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이 본격화되면 기존 아파트를 비워야 할 세대들…. 전세수요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공급은 상대가 안돼 매년 상당량 전세물량을 대던 다세대주택 건축이 자취를 감췄는가 하면 아파트 신규분양은 대기업도 자신이 없어 자제할 정도였다.

게다가 저당채권유동화제도가 시행돼 은행의 대출자금 여력이 늘었고, 금리도 내려 전세자금 마련도 쉬워졌다.

올해 전세대란 (전셋값 폭등) 여건은 이렇듯 성숙돼 있다.

정부만 이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경기활성화 등 주택산업쪽 대책만 발표한다.

혼란기엔 특히 주택시장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수요자를 이끌 처방을 미리미리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오를지, 체인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가늠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는 월세 (月貰) 활성화가 주택 임대시장의 방향이라는 걸 알면서 "주거문화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며 계속 먼산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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