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01년에 본다…내년에 시험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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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에서도 오는 2001년부터 디지털TV 방송이 본격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은 훨씬 깨끗한 화면의 TV방송을 볼 수 있게 되는 등 큰 변화가 온다.

정보통신부 남궁석 (南宮晳)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21일 이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고 밝혔다.

南宮장관은 "지난해말 시범방송에 들어간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늦어도 내년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도 늦출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가 마련한 디지털TV 방영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시범방송을 시작하고, 2001년부터 최대 4개 채널을 확보해 KBS.MBC.SBS 등 방송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계적으로 채널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행 TV방송은 아날로그 방식이라 화면이 상대적으로 덜 깨끗하고 잡음이 섞이기 쉽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은 화질이 레이저디스크만큼 선명하고, 오래 시청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으며 각종 잡음을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별도의 장치 없이 PC로도 시청이 가능하고 방송중인 내용을 그대로 내려받아 디스켓에 저장할 수도 있다.

이밖에 디지털방식의 TV수상기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통신과 방송간의 융합을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LG.대우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TV수상기를 개발,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시판도 계획중이다.

한편 정통부는 2002년까지 한국통신 전화가입자 1천만명의 구형 교환기를 최신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南宮장관은 "이를 위해서는 3조원의 재원이 필요해 시내전화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 고 말했다.

[디지털시대 열리면…]

디지털 TV방송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은 물론 국내 방송.통신 및 정보산업과 전자산업에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도입 초기에는 방송사들이 기존 채널과는 다른 디지털용 채널을 추가 확보,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진 현 프로그램을 디지털용으로도 동시에 내보내게 된다. 그후 여력이 생기면 디지털용 프로그램을 별도 제작, 방송토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용 프로그램 제작에는 완전히 다른 장비가 필요하며, TV수상기도 따로 있기 때문.

정통부는 일단 오는 2005년까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을 함께 방송하고, 이 방식의 존폐여부는 그후 결정할 예정이다.

콘텐츠산업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선명한 화면이 쉽게 저장되기 때문에 디지털 TV를 통해 방영되는 다양한 영상물이 디스켓.디지털 비디오 드라이브 (DVD).CD 등에 담겨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가장 환영하는 쪽은 전자업계. 새로운 시장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TV수상기 값은 7천달러 (약 8백만원) 로 비싸다.

그러나 올해중 3천5백달러,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1천3백달러 (약 1백60만원) 로까지 값을 내릴 수 있어 구입이 크게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총 2조7천억원에 이르는 투자재원. 정통부는 ▶현재 월 2천5백원인 KBS방송 수신료를 5천원으로 올리고 ▶KBS - 2TV의 광고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이를 MBC.SBS로 돌리고 ▶장비도입에 대한 관세 (8%) 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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