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시청료 인상'/공정한 방송위해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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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정부가 방송구조 재편과 방송법 개정이라는 명제하에 '방송개혁위원회' 를 가동시킴으로써 KBS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다.

그 와중에서 세인들의 관심사는 KBS의 구조와 위상 그리고 수신료 현실화 문제인 것 같다.

특히 일반 국민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불거져 나왔다.

18년 동안 2천5백원에 머물러 있는 TV수신료. 정작 그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KBS 직원들은 그동안 함구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TV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준조세적 성격에서 오는 거부감보다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자리 찾기라는 관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하수인도 아니며 자본의 꼭두각시도 아닌,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어야 한다면 이제 KBS의 주인은 시청자임을 선언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KBS 내부의 구조조정이나 경영합리화를 대전제로 해서 말이다.

방송제작 일선에서 종사해 오면서 광고의 영향력을 실감해 왔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출발점은 광고에서 비롯됐다.

KBS 재원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는 방송제작자들로 하여금 많이 보는 프로그램의 양산을 묵시적으로 요구해 왔고 결과적으로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폐단을 초래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KBS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소비자 주권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이제는 시청자 주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결코 시청자들은 KBS의 공영방송 찾기에 방관자가 돼서는 안되며 권력의 전유물이나 자본의 하수인이 되는 것을 강 건너 불보듯 하지 말아야 한다.

공영방송 KBS의 진정한 주인으로 전면에 나서주기를 방송제작자의 입장에서 기대한다.

이제부터라도 KBS의 완전한 주인은 시청자가 돼야 한다.

그것은 의무라기보다 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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