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증시(60) 상하이주가 10,000포인트 가는 이유(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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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주가가 1만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저의 주장에 많은 분들이 코멘트를 해 주셨습니다. 어떤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는 코웃음을 치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어떤 이는 거친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거친 댓글 조차도 독자의 의견일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상하이주가가 1만포인트 가는 이유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중국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 지에 대한 저의 단상입니다. 함께 생각해보지요.

앞 칼럼 '중국증시(59)'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읽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0984742 를 클릭하시어 꼭 읽어보세요. 어쩌다보니 중국증시를 주제로 한 칼럼이 60회에 이르렀네요. 책 출판이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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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결국 경제상황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중국경제는 장기적으로 어떨까? 상하이 주가의 장기 추세를 가늠해보기 위해서 꼭 짚어 봐야 할 문제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중국경제를 낙관한다.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러나 핵심은 하나다. 중국 산업의 체질과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우선 산업체질 변화를 보자.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풀셋(Full-set)공업구조다. '자기 완결형 공업구조'다.

그동안 중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조립능력'에 있었다.한국이나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한 부품을 중국으로 가져와 조립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에 수출하는 형태다. 지천에 깔린 '저임 노동력'이 원천이다.

그러나 이제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주요 부품을 자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더 이상 부품을 수입하지 않아도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다. 중국에는 기술이 없다고? 옛 말이다. 중국은 2000년들어 '자주창신(自主創新)'을 외쳐왔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발로 '자주창신'전략의 핵심이다.

그런데 중국이 개발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해도 안 되는 기술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대륙으로 끌어들인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투자를 유치한다. 그래도 안 되는 기술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술은 '달러를 싸들고 가 기업을 몽땅 사들이자'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이렇게 풀셋 공업구조를 갖춰가고 있기에 중국은 외부경제에 흔들리지 않고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여러 분이 혹 지금 노트북을 쓰고 있다면, 뒤짚어 어디서 생산됐는지를 보시라. 십중팔구, 중국산이다. 아니 중국이 아니라 상하이산이다.

지금 쿤산(昆山)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 송장(松江) 등 상하이 주변에서 생산되는 노트북PC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80% 이상 차지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노트북PC 뒷 면에는 ‘Made-in-Shanghi'마크가 붙어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지역 노트북PC업체들은 부품의 80%를 주변에서 자체조달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 주변에 '노트북PC클러스터'가 형성된 것이다.

상하이 주변 '창산자오(長三角)클러스터'는 아시아 최대 산업단지로 성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컴퓨터 가전산업으로 성장한 광둥성의 '주장(珠江)클러스터', 베이징 인근의 환발해경제권 등도 막강한 위력을 떨칠 것이다.

이들 클러스터는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관련 기업을 끌어 모으게 된다. 동아시아 기업은 이제 자기에게 맞는 클러스터를 선택, 그곳으로 이전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클러스터가 어느 나라에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트북PC 부품업체라면 상하이로 가야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상하이의 노트북PC업체(조립공장)가 한국의 부품업체로부터 수입을 해갔지만, 앞으로는 상하이 주변에 있는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할 것이다. 주변에 부품공장이 많은 데 굳이 한국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다. 중국의 힘은 클러스터에서 나올 것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산업 구조 개편의 핵심은 시장이다. 생산위주로 짜였던 산업구조는 이제 유통 금융 물류 소비 등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지만, 중국은 ‘세계공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다.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력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동차 냉장고 핸드폰 등 많은 제품에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등장했다. 인터넷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다.

거대시장의 위력은 다른 데 있다. 흡인력이다.

비행기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약 1200대에 달한다. 매년 여객 증가율이 9%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동안 약 3400대의 여객기를 구입해야 할 것이라는 게 보잉사의 분석이다. 중국은 실제로 최근 수년간 매년 150대 안팎의 항공기를 사들였다.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은 사실상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다. 중국 물량을 어느 정도 따내느냐에 따라 이들 항공기업체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 황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비유를 맞춰야 한다. 에어버스가 먼저 나섰다. 텐진(天津)에 합작공장을 설립, 현지에서 항공기 조립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첫 비행기가 2009년 6월 생산돼 중국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2011년 말 이 공장은 매주 1대 꼴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물론 전량 중국에 공급된다.

이 공장은 보잉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만큼 자기가 먹을 파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도 걱정이다. 생산거점이 중국으로 옮겨감에 따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기존 에어버스 생산 관련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이 일자리를 빼앗아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시장으로 기술을 바꾼다(以市場換技術)'는 이득도 취할 수 있다. 합작사업을 통해 기술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버스 측도 '어느 정도 기술이전 없이 합작공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항공기 제작기술은 속속 중국으로 넘어고 있다. 중국당국은 2016년 항공기를 자체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게 바로 중국 시장의 힘이다.

2016년 중국에 에어버스나 보잉과 같은 항공회사가 들어서 말라는 법은 없다. 시장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렇듯 상하이 증시를 볼 필요가 있다.

상하이 주가 1만 포인트 시대, 그게 뭐 대수인가? 중국증시는 지금 그 날을 위한 에너지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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