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류샤오광-조치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조치훈, 역전 KO승

총 보 (1~175) =승부에 따른 속설은 많다. 그중에 "우승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는 얘기가 있다.

준우승만 13번 해본 서능욱9단 같은 사람은 이 얘기에 속으론 쓰리더라도 겉으론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꾸 지면 버릇이 된다" 는 말도 있다.

劉9단은 세계대회 성적은 크게 볼 것이 없지만 힘이 매우 강해 파고들기를 주무기로 하는 '폭파전문가' 조치훈9단에게는 유독 강했다.

趙9단은 두번이나 劉9단에게 걸려 탈락했는데 내심 이런 정도의 바둑을 쉽게 이기지 못하면서 무슨 우승을 바라보랴 하고 한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판에서도 趙9단은 한때 심각한 고전에 빠졌고 "류샤오광과는 천적인가보다" 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설득력있게 들려오기도 했다.

趙9단이 이 판을 이긴 것은 어떤 면에선 행운이었다. 사실 전면공격이 실패로 판가름난 121의 시점에서 趙9단의 하늘엔 먹구름만 가득했다.

趙9단은 세계대회 성적이 나쁘다. 후지쓰배에서 딱 한번 우승했는데 그것도 결승전의 상대가 기권하는 바람에 얻은 개운치 않은 우승이었다.

이틀바둑에서 28승3패로 승률 90%가 넘는 趙9단으로서는 나가기만 하면 떨어지는 세계대회가 마음의 병이 될 만했다. 그는 대삼관을 이룬 직후의 인터뷰에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없다" 고 말하며 최강 이창호9단을 향해 전의를 불태워 왔다.

검토실에 모인 사람들은 이런 趙9단의 역전승을 기뻐했다. 그러나 곧이은 준결승전 추첨에서 이창호9단을 만나자 "아쉽다" 며 고개를 저었다. 공식전에서 趙9단은 이창호에게 단 한판도 이겨보지 못했다.

그 '지는 버릇' 때문에 이번에도 힘들 것이란 의미였을까. 아니면 양웅이 결승전이 아닌 준결승에서 만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까. 175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