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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벤처시대]4.독립프로덕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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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해 6월3일 SBS를 통해 방영된 환경 다큐멘터리 '불가사리의 반란' 은 뜻밖의 성과를 올렸다.

밤12시가 지나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인데도 시청률이 10%를 넘어섰고, 내용도 좋아 지난해 YWCA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장원준 PD는 방송계에 전혀 낯선 인물.

최근 눈길을 끄는 교양프로중 하나가 KBS - 1TV '20세기 한국 톱10' 이다.

지나간 1백년을 철도.담배 등의 주제별로 에피소드를 곁들여 소개하는 이 프로는 타채널 오락물들과 맞서 시청률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이고 있다.

이 두 프로는 모두 독립프로덕션들, 즉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사에 공급하는 전문 제작사들의 작품이다. 요즘 우리 문화계에서 단연 기대를 모으는 분야가 독립프로덕션이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벤처 기업임이 분명하지만 외국에선 이미 뿌리를 깊이 내린 영상사업이 독립 프로덕션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아이디어.기동력.유연성을 바탕으로한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 때문이다.

'영상기록 다큐 인' 처럼 한사람이 PD.카메라맨 역할을 수행하는 VJ (비디오 저널리스트) 시스템은 제작비를 대폭 낮춰줬다. '제이 프로' 가 만드는 '영상기록 병원 24시' 는 이들의 제작 능력이 기존 방송사들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 방송사들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왔다. 또한 PD들은 우수한 작품을 만들건, 그렇지 못하건, 비슷한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영화가 막대한 돈을 끌어모으듯, 뛰어난 프로그램은 국제 시장에서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인다.

유아 프로 '꼬꼬마 텔레토비' 가 좋은 예. 이를 만든 영국 '렉돌 프로덕션' 이 전세계 방영권, 비디오 판권, 캐릭터 판매 수입을 통해 벌어들일 돈의 규모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프로덕션이 활성화된 인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느나라를 공략할지 고민한다" 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프로덕션들은 방송사들의 '횡포' 에 신음해왔다.

그러나 이제 새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방송사들에게 이들이 만든 프로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편성하도록 하면서 질 높은 프로들이 속속 눈에 띄는 것이다.

거기에 케이블.위성방송까지 열리면 그야말로 좋은 프로그램 하나로 세계를 흔드는 프로덕션이 탄생하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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