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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에이즈 더 잘걸린다-서울대 최강원교수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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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인의 유전자는 에이즈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내과 최강원 (崔康元).오명돈 (吳明燉) 교수팀은 최근 정상인 2백29명과 에이즈감염자 부부 10쌍에 대해 에이즈바이러스 수용체인 CCR5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CCR5는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T림프구 표면에 위치,에이즈바이러스가 침투하는 통로의 문고리 역할을 맡고 있는 단백질. CCR5가 있으면 에이즈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므로 CCR5 합성을 지시하는 유전자가 있다면 에이즈에 잘 걸리는 체질로 볼 수 있다.

吳교수는 "서양인은 부모 양쪽으로부터 CCR5결핍 유전자를 물려받을 확률이 1%, 어느 한 쪽으로부터 물려받을 확률은 10%" 라고 설명했다.

양쪽 결핍의 경우 에이즈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침투하지 못해 배우자가 이미 감염됐다 하더라도 좀처럼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부모 중 한쪽에서 물려받은 경우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지만 보통 감염자보다 훨씬 긴 잠복기간을 거쳐 면역결핍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연구에서 정상인이나 에이즈감염자 모두 CCR5 양성으로 나타나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에이즈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CCR5 수용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인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이 없다.

다만 일본인 역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유전자의 인종적.지역적 분포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짐작할 정도. 그러나 吳교수는 "에이즈바이러스 수용체가 CCR5 외에 다른 것도 있으므로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한국인이 에이즈에 취약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순 없다" 고 강조했다.

다만 CCR5가 이들 중 가장 중요한 수용체임을 감안할 때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불리한 것만은 사실이라는 것. 따라서 불결한 성접촉을 삼가는 등 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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