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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버지니아 '쓰레기 전쟁'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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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 = 김동균 특파원]미국 최대 도시 뉴욕과 인근 버지니아주 사이에 최근 '쓰레기 분쟁' 이 한창이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많고 버릴 곳은 마땅찮은' 뉴욕은 쓰레기 처리비용이 저렴한 버지니아주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반면 버지니아주는 이미지 훼손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이에 강력히 반발 중이다.

최근 로버트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제임스 길모어 3세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이 문제를 놓고 한바탕 독설 (毒舌) 을 주고 받았다.

줄리아니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뉴욕 쓰레기는 뉴욕 시민만이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이색 주장을 펼쳤다.

"경제.문화의 중심지 뉴욕에 미 전역으로부터 하루 3백만명이 찾아와 즐기고 가기 때문에 많은 쓰레기가 생겨난다" 는 것이다.그는 "따라서 쓰레기의 일부가 버지니아 등 타지역으로 옮겨지는 것은 뉴욕을 이용하는 한 대가며, 이것이 바로 호혜적 (互惠的) 관계" 라는 이색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길모어 주지사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귀하의 발언은 상당히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면서 "건국의 아버지들인 워싱턴.제퍼슨.매디슨의 고향 버지니아는 뉴욕의 쓰레기통이 될 의향이 전혀 없음을 통보한다" 고 말했다.

길모어 지사는 버지니아 주민의 자존심까지 들어 불쾌감을 토로한 이같은 편지를 팩스로 보냈다.

양측의 갈등은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뉴욕시는 최근 한 민간회사와 매일 4천t의 쓰레기를 바지선으로 버지니아주 찰스시까지 해상수송한 뒤 육로로 인근 매립지까지 옮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주는 해안이 오염된다며 난리다.

길모어 주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에서 반입할 수 있는 쓰레기의 총량을 법령으로 제한할 움직임까지 보였다.

지난해 가을에는 뉴욕시가 수천t의 브루클린 지역 쓰레기를 버지니아주에 매립키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버지니아 주의회 의원 2명은 얼마 전 다른 주 쓰레기의 매립료를 올리고, 매립지 건설허가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타주 쓰레기 수입규제 법안' 을 제안하기도 했다.

◇美 쓰레기 교역은…

현재 미국에서 버려질 곳을 찾아 다른 주로 이동하는 쓰레기는 전체의 60%인 2억1천만t (97년의 경우)에 이른다.

대표적 '수출지' 는 뉴욕주 (연간 3백80만t).일리노이주 (2백80만t) 이며, 최대의 '수입지' 는 펜실베이니아주 (6백30만t).버지니아주 (2백80만t) 다.

펜실베이니아주를 관통하는 80번 도로 일대는 쓰레기 매립지가 많고, 운반차량도 많이 다닌다해서 '가비지 앨리 (Garbage Alley)' 라는 명칭이 붙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교역' 이 활발한 것은 쓰레기를 사고 파는 양쪽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수출지로서는 쓰레기를 버릴 공간적 여유가 충분하거나 처리비가 싼 곳을 찾지 않을 수 없으며, 수입지로서도 공짜로 (?) 굴러 들어오는 소득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처리비의 경우 뉴저지는 t당 61달러, 미네소타는 50달러지만 버지니아주는 t당 35달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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