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쇼크]한국신용도 높아져 파장 오래가지 않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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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사태가 앞으로 브라질과의 교역이나 주가.환율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낙관론은 ▶브라질과의 거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미국과 IMF가 뒷짐만 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브라질에 빌려주거나 채권을 사는 등 투자한 총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4억2천만달러로 은행들의 전체 대외채권의 0.7%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 통화당국은 미국이 자기의 '앞마당' 인 중남미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어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고 파장도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김윤철 과장은 "이미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가 상향 조정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 전망했다.

충격이 가장 컸던 증권시장도 곧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NG베어링 강헌구 이사는 "브라질 금융위기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중남미 자금이 한국시장으로 유입되는 등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14일 도쿄 (東京) 증시가 브라질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나 시장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브라질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선진국들의 금리인하 등 영향으로 진정됐던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이번 사태로 다시 자극받아 우리나라에 대한 외자 유입이 줄고 해외 차입여건도 나빠질 가능성은 있다" 고 진단했다.

한은은 특히 브라질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10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 (미국채 대비)가 지난 5일 3.23%에서 13일 4.13%로 0.9%포인트나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도 브라질 사태가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런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과 IMF에 대한 기대가 브라질 사태를 '바다 건너 불' 정도에 머물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영렬.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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