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캠프 관여 … 중립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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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된 포터 고스 하원 정보위원장(플로리다.공화.(左))과 함께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조지 테닛 국장은 한달 전 사임했다. 9.11 테러를 막지도 못했고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도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선뜻 후임자를 지명하지 못해 왔다. 신임 국장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대통령선거가 몇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의 정보 정책 실패만 부각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존 맥롤린 국장대리 체제를 그냥 밀고 가기도 부담스러웠다. 만의 하나 미국 본토 내에서 제2의 테러라도 터지면 "CIA 국장도 임명하지 않고 뭘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 출신 하원의원 포터 고스를 CIA 국장에 지명한 것은 국면 반전을 위한 노림수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고스 의원은 CIA 비밀요원 출신이어서 CIA를 잘 알긴 하지만 큰 조직을 다뤄본 경험이 없고, 또 CIA 국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물을 임명한다는 관례에도 벗어난다. 그는 부시-체니 선거캠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지난 6월 1일에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외교정책을 의회에서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스 의원의 지명은 부시 대통령이 오는 대통령선거에서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놓고 고스의 상원 인준을 반대할 처지가 아니다. 만일 인준을 부결시키면 부시 캠프에선 "국가안보가 시급해 공석인 CIA 국장을 임명했더니 민주당이 이를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했다"고 맹공을 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2002년 의회 중간선거 때 부시 대통령은 "국토안보부를 만들려는데 민주당이 해고인력 문제 등을 들어 이를 반대한다"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선거에서 대패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후보는 고스 의원 지명에 대해 찬반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철저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청문회가 빨리 열리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대신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역임했던 스탠필드 터너는 "역사상 최악의 CIA 국장 임명"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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