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의 글로벌뷰]사고 방식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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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장 차림을 한 (dressed up) 외국인 한 명이 이태원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반대편으로부터 (from the opposite direction) 뛰어오던 한 한국인이 실수로 그 외국인과 부딪치게 됐다.

"꽝" 소리와 함께 그 외국인은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fell down on the ground) .한국인이 넘어져 있는 외국사람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겸연쩍은 미소 (sheepish smile) 를 띤 채 그 외국인을 쳐다보았다.

땅바닥에 나동그라진 이 외국사람은 웃음 띤 이 한국인의 얼굴을 보자 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고 싶도록 미웠다고 (was mad enough to hit him) 당시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이 외국사람이 가해자인 한국인에게 기대한 것은 "I'm sorry." 라는 즉각적인 사과 (immediate apology) 였는데 뜻밖에도 사과 대신 웃음짓는 얼굴을 보았고, 그 웃음을 그 외국인은 "그래, 내가 너를 부딪쳐서 넘어지게 했다.

어쩔래? (I knocked you down, so what?)" 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한국인의 웃음 속에는 당황스러움 (embarrassment) 과 사과 (apology) 의 뜻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것을 그 외국인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지난해말 제일은행 지분의 51%가 미국 금융사로 넘어가게 됐고 그 밖에도 외국인들이 지분을 가진 기업들 (companies with shares owned by foreigners) 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무한경쟁 지구촌시대 (an era of unlimited competition)에 이제 우리 식의 에티켓 (etiquette) 이나 사고방식 (way of thinking) 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적어도 외국인들과 함께 일할 때만은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민병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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