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문단 “연안호 송환 문제 안전상 시일 걸릴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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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左) 등 북측 조문단이 23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던 북한 특사조문단이 “연안호 문제는 안전상 절차에 따라 (송환에) 시일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 측이 24일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2일 비공개로 진행된 정 대표와 김기남 노동당 비서 간 회동 내용을 공개했다. 김 비서는 연안호와 관련,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되돌려주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민주당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과 강기정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연안호의 송환은 시간 문제일 뿐 돌려보낸다는 북한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회동은 북측 요청으로 통일부를 경유해 성사됐다. 민주당은 회동 한 시간 전 이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배정된 시간은 15분이었으나 실제론 오전 9시15분부터 45분까지 30분간 진행됐다. 북측에서는 김 비서 외에 원동연 조선아태평화위(아태위) 실장과 이현 아태위 참사가 배석했다. 다음은 민주당이 밝힌 대화 내용 일부.

▶정 대표=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민족 문제에 확실한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김 비서=훌륭한 분을 잃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 고생을 많이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도 그렇고 죽음을 통해서까지 유지를 남기고 있다. 민주당도 (민족 단합, 남북관계 개선 등) 그런 일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정 대표=현정은 회장과 북한이 이룬 5개 항 합의를 적극 지지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추석에 가능토록 북측도 노력해 달라.

▶김 비서=(김정일) 국방위원장 말씀에 따라 이미 그렇듯 실천될 것이다. 불가피하게 중단되었으나 남북이 과거 약속을 갖고 나선다면 걸릴 것이 없다. 국방위원장이 특사 명칭을 달아줘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오늘이라도 (청와대 회동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정 대표=연안호와 관련해 북한이 다른 의도는 없을 것이라 확신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북한으로 조문단이 귀환하면 잘 해결해 달라. 미국 민주당은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기본인 것으로 안다. 미 정부가 사람을 임명해 정책을 실현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이전 (부시) 정부의 성격이 유지되고 있으나 이후 특유의 색깔을 낼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미국과 대화해 달라.

▶김 비서=(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서 현안을 풀어주셨고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 문제는 이미 6·15, 10·4 선언에 밝혀진 것이고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다. 연안호 문제는 안전상 절차에 따라 시일이 걸릴 뿐이다. 미국과의 관계 역시 새 정부에 기대가 있었다. 문제는 정책이 행동으로 구현돼야 한다는 거다. 부시와 달라야 하는데 오바마 정부가 행동이 없어서 유감이다.

▶정 대표=남북 화해 협력에 도움이 된다면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

▶김 비서=꼭 오라. 기다리겠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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