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확산 … 아테네 인근 마라톤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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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의 네아 마크리 지역에서 24일(현지시간) 소방용 항공기가 산불을 끄기 위해 물을 쏟고 있다. [네아 마크리 AP=연합뉴스]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 등 고대 유적이 곳곳에 있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가 산불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이웃 나라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 때문에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CNN방송 등 외신은 24일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30㎞가량 떨어져 있는 마라톤 지역까지 화재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마라톤은 기원전 490년에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격퇴한 곳으로, 당시 그리스 병사가 아테네까지 달려가 승전 소식을 알린 것이 육상 ‘마라톤’의 기원이 됐다. 이 불은 21일 마라톤 북동쪽의 그라마티코에서 시작돼 주말에 계속 남하했다. 불은 마라톤박물관(마라톤 전투에 사용된 무기 등을 전시) 근처까지 접근했으나 불길이 서남쪽으로 이동해 박물관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불은 아테네에서 20여㎞ 떨어진 아지오 스테파노스 인근까지 옮겨 붙었다. AP통신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일단 불이 아지오 스테파노스 부근에 멈춰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9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났다. 지난해 산불 피해를 본 비오티아·자킨토스 지역을 비롯해 스카이로스 등 에게해 섬에도 화마가 덮쳤다. 아테네 인근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수만 명이 대피했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보도됐다. 정확한 화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화나 실화의 가능성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온·건조한 날씨와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이 확산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외신들은 그리스의 부실한 방재 능력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의 지원을 결정했다. 이탈리아·프랑스는 헬기·항공기·소방차·소방관 등을 보냈다.

그리스에서는 2007년 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약 70명이 숨졌다. 이 불은 에비아섬과 펠로폰네소스 반도 전역에서 10여 일 동안 계속됐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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