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짝짓기 경주' 비상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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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포드가 독일의 BMW와 일본의 혼다를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 세계 자동차 업계가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벤츠의 합병으로 대표되는 지난해의 대규모 인수.합병 (M&A) 붐이 99년에도 재연될 조짐 때문이다.

5일 포드.BMW.혼다측은 모두 "소문에 불과하다" 며 한발 빼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여러 '짝짓기'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세계자동차업계의 재편을 예측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수.합병의 주체는 제너럴 모터스 (GM).포드.다임러 크라이슬러.폴크스바겐 등. 반면 인수.합병 대상 기업으로는 닛산 (日産).볼보.BMW 등이 꼽힌다.

◇ 영토확장에 적극적인 미국 업체 = 지난해 54일간의 장기파업 사태를 겪으며 전력에 큰 손실을 입은 세계1위의 GM은 포드의 맹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함께 다각적인 M&A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GM은 일단 아시아시장에서의 교두보 확보를 세계1위 수성 (守城) 을 위한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GM은 새해초 일본의 이스즈 자동차와 트럭 등 상용차분야에서 제휴를 강화키로 합의하는 한편 출자비율을 37.5%에서 49%로 끌어올려 인수에 한 걸음 다가섰다.

또한 지난해 12월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지 (紙) 는 "GM이 차세대 전기자동차와 가솔린 엔진차 등 첨단자동차 기술분야에서 일본의 도요타와 제휴 내지는 합병을 위한 교섭을 추진중" 이라고 보도했다.

포드는 BMW.혼다 인수외에도 스웨덴의 볼보 인수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의 현지 언론이 지난해말 "포드가 볼보와의 합병 또는 제휴를 목표로 이미 교섭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고 일제히 보도하자 볼보의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 생존전략 수립에 바쁜 일본.유럽업체 = 경기불황으로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업체들도 M&A바람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업계 2위인 닛산은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다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누적적자가 무려 3백50억달러에 달해 자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다임러 크라이슬러, 프랑스의 르노 등 유럽 및 미국 업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 업계 4위인 미쓰비시 (三菱) 와 볼보의 합병설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 등 고급차 업체를 대거 인수하며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는 폴크스바겐와 피아트 등도 볼보에 눈독을 들이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격화되는 인수협상 =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 공동회장은 4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열린 회견에서 "앞으로 90일이내에 2개의 유럽 자동차사간에 중요한 합병이 발표될 것" 이라며 "닛산의 상용차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교섭도 진행중" 이라고 밝혔다.

포드의 윌리엄 클레이 포드 2세 회장도 "앞으로 1년간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흐름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어 섣부른 인수.합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저명한 자동차 전문가 요시다 노부요시 (吉田信美) 자동차 경영개발연구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재편은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일어나며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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