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지자체]2.민간경영기법 도입과 전문가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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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10월 29일 부산시 남충희 (南忠熙.45) 정무부시장실. 南부시장과 재정관실의 한 직원이 두툼한 서류를 앞두고 앉았다.

'경기도의 컨테이너세 관련법안 저지를 위한 로비활동 방안' . 南부시장 : 이 기안의 목표는. 직원 : 경기도가 낸 법안을 저지해 부산시의 컨테이너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南부시장 : 언제까지 그 목표를 달성할 겁니까.

직원 : …

南부시장 : 국회 본회의 상정 전 12월8일까지로 합시다.

직원 : 로비활동이란 목표달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南부시장 : ▶국회 전문위원을 설득,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지지를 얻고 ▶국회 행자위에서 발언기회를 얻고 ▶행자위 2차소위에서 경기도안을 부결되면 목표가 달성된 겁니다.

미국에서 건설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쌍용그룹 회장 자문역으로 일했던 南부시장이 도입한 목표관리제 (골 세팅) 의 목표 설정 장면이다.

그는 모든 결재서류에 이같이 목표와 그 달성예정일을 정하게 한다.

목표 달성여부를 판단할 평가지표도 구체적으로 정한다.

행정에의 기업경영방식 도입이다.

부산시 뿐만 아니라 경남.강원도, 목포.광양시 등도 이 제도를 시범 실시 중이거나 도입 예정이다.

고객만족경영.품질경영 기법 등 민간 기업의 첨단경영기법이 행정속에 스며들고 있다.

효율성이 높은 행정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 수술' 이 진행중인 것이다.

지난해 7월 민간인 원장을 공채한 대구의료원은 본관2층 중앙에 있던 원장.간부들의 방을 별관 병동 구석으로 옮기고 이들 방은 고객을 위한 진료실로 바꿨다.

사장의 방을 지하구석으로 배치하고 좋은 자리는 고객에게 내주는 일본의 대형 슈퍼체인식 고객만족경영기법의 도입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영국 로이드사를 통해 공공행정분야에서 ISO (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서를 획득했다.

경영기법과 함께 민간 전문가들도 지자체에 속속 수혈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서울삼성동 무역센터에 경기도 투자유치센터를 설치, 소장에 김봉한 (金棒漢.57) 전 대한무역진흥공사 미주본부장 등 외자유치 전문가 3명을 영입했다.

강원도도 삼성 해외지사 등에서 일했던 심재엽 (沈在曄) 씨를 정무부지사로 앉히고 투자유치기획단에 미국 변호사이자 컨설팅회사 대표인 尹수잔 (44) 씨 등 3명을 채용했다.

충북도는 이달중 도내 무역회사들과 업무제휴를 맺고 도에서 채용한 중소업체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 전문가들을 업체로 파견할 계획이다.

전북전주시는 지난해 10월 도시개발과장에 대학교수 출신을 임용하는 등 위생.문화.교통 분야에 13명의 외부인을 채용했으며 전북도도 복지여성국장 (별정 3급)에 우석대 가정교육과 河승민 교수를 공개 선발했다.

이재율 (李在律) 경기도 정책기획관은 "치열한 경쟁체제속에서 지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통한 새로운 정책 전문화가 절실하다" 고 말했다.

조용현.이찬호.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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