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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529호 사태]안기부 대국회활동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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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529호에서 나온 문건들은 안기부가 새정부 들어서도 정치관련 움직임 수집활동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사찰 (査察) 이란 용어가 통상 '공작 (工作)' 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 '정치사찰의 증거' 라는 한나라당 주장은 아직 더 두고볼 일이긴 하다.

현재 안기부에서 정치 현장을 뛰고 있는 요원은 10여명선.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2차장 휘하의 지역사회단에 소속돼 있다.

지역사회단은 지역단위로 요원들을 배치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는 부서다.

다른 몇개의 단 (團) 과 함께 대공정책실이 관장한다.

즉, 2차장 - 대공정책실장 - 지역사회단장이 계선라인이 된다.

문제의 문건 작성자인 安모 사무관은 (여의도) 지역사회단 소속의 국회팀장격. 상임위를 분담하고 있는 다른 3명과 함께 국회를 커버하고 있다.

이들 국회팀은 국회사무처와 국회의장단 및 각 상임위의 활동을 체크한다.

이들외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및 한나라당을 각각 3~4명 정도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는 국회를 중복해 맡고 있다. 정당별 책임자는 서기관 (4급) 급. 이들의 업무는 정치인의 동향을 동향보고 형태로 보고하거나 이를 토대로 정치권의 흐름을 분석하는 일로 전해진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 담당자들에게 정치권을 전담시킨 일종의 변형 운용인 셈이다.

이들은 전화로 상황보고를 하거나 2~3일에 한번씩 내곡동 청사에 들러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각 단에서 이처럼 수집된 첩보는 대공정책실장과 2차장을 거치면서 추려진다.

"그러나 첩보를 활용한 '제2의 활동' 지시는 없는, 그저 움직임을 정리하는 정도" 라는 전언이다.

정권교체로 안기부조직이 개편되기 전에는 1차장 휘하의 기획판단국 밑에 정치과가 별도로 존재했고 25명 남짓한 요원이 공식적으로 국회와 정당을 맡아왔다.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이 95년 이 직책을 맡은 바 있다.

인력이 많았던 만큼 활동도 더 적극적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김영삼 (金泳三) 정권 이전엔 더 비대한 조직이었고 정치인 회유.협박도 이뤄져 말 그대로 정치사찰이 횡행했다는 것. 한편 정치권 담당 요원들은 치밀한 성격의 安사무관이 오래된 보고서와 메모를 남겨 정치사찰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점을 "실수" 라고 인정한다.

특히 문제의 529호실 출입을 내부적으로 금한 상태에서 국회 정보위 파견 閔모 조사관 (4급) 이 그에게 사무실 열쇠를 맡긴데 대해선 '내규 위반' 이라는 지적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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