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美대선 '쌍쌍 후보'성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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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0년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에선 오래전부터 '그럴 듯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정.부통령 후보로 민주당에선 고어.힐러리가, 공화당에선 부시.도울 패키지가 가장 바람직하고 '재미' (?) 있을 대결구도라는 이야기다.

이들 4명은 물론 앨 고어 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텍사스 주지사 조지 부시 2세, 그리고 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밥 도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도울이다.

미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두명이 각각 러닝메이트로 뛰는 이같은 대선 구도가 실제 펼쳐질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도울이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야기는 더욱 그럴듯해졌다.

도울은 올해 미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매스컴을 크게 타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도울이 새해 첫 월요일인 4일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 적십자사 총재직을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란 소식은 3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시작으로 TV의 주요 저녁뉴스로 일제히 취급됐다.

사전 홍보효과가 만점이었던 셈이다.

오는 23일 고향 노스 캐롤라이나의 샐리스베리에서 첫번째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계획도 미리 밝혔다.

하버드대 출신 변호사로 올해 62세인 도울은 워싱턴에 뿌리가 깊고 행정 경험이 풍부하며 지지도도 높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교통부장관 (83~87년) , 부시 행정부에서는 노동부장관 (89~90년) 을 지냈다.

96년 남편 도울의 유세를 도우며 좋은 이미지를 심었고 이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는 아니었지만 빠지지 않고 거명됐다.

힐러리 입장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험에 직면한 남편을 의연하게 내조해 '크게 뜬' 힐러리지만 아직 탄핵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운운할 입장이 못된다.

또 고어가 '클린턴 변수' 를 다 재보고 지명한다면 모를까 힐러리가 자신의 뜻을 일찌감치 표명하기도 어렵다.

이밖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존 케이시 (오하이오) 하원 예산위원장 이름도 나오고 있으며, 민주당에선 하원 원내총무 리처드 게파트 (미주리) , 빌 브래들리 (뉴저지) 전 상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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