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신춘중앙문예 시당선작]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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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유향의 '꿈꾸는 얼음' , 권오영의 '이끼의 숲' , 이현승의 '그집앞, 능소화' , 진상범의 '盆栽소나무' , 이희철의 '녹차를 마시며' - 이렇게 5명의 여러 시편들이 최종심사에까지 남았던 작품들이다.

유향과 권오영의 시편들은 마음의 섬세한 결을 따라가는 굴곡진 어휘력이나 주제의 장악력에서 역량을 보이고 있다.

반짝이는 시상을 깔끔하게 마무리해내는 솜씨 또한 오랜 습작기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매편의 작품들이 평균수준 이상으로 솟아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이현승의 시편들은 다변의 말걸기로 세계와 대화를 트려고 하는 패기에 찬 열정이 이채롭게 읽혀졌다.

다만 채 익지 않은 표현들이 자주 돌출하고 있고, 선자들은 이 응모자에게 조금 더 습작기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마지막까지 고려의 대상이 된 것은 전상범과 이희철의 작품이었다.

두 사람 모두 투명한 감수성의 결을 세련되고 섬세한 언어의 피륙으로 엮어내는 형상력이 뛰어났다.

그리하여 어느 한 곳 나무랄 데 없이 잘 짜인 시편들을 빚어낸다.

굳이 그 차이를 말하자면 전자가 표현의 묘미에 기대고 시적 상상력을 펼쳐놓고 승부한다면, 후자는 삶의 음영 쪽으로 그 표현과 상상력을 좁혀간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선자들은 이희철의 시편 중 '어라! 햐!' 에 쉽게 의견을 모으면서도 몇 가지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그것은 이 응모자가 시를 받아안으려고 애쓰기보다 제작하려고 너무 의욕한다는 것, 습작의 폭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 등이다.

시의 다채로움과 깊이는 그 시인이 살아내는 삶의 총량과 등가일 것이리라. 작품이 옥 (玉) 이기에 아쉬움이란 티도 남는 것이다.

큰 시인으로 날 것임을 확신하며 당선작을 민다.

<심사위원 이시영.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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