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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수법]경영진까지 나서 자사주 '뻥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주식시장에 기생하는 이른바 '작전세력' 에 의한 주가조작으로 일반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검찰수사 결과 드러난 주가조작 수법은 다음과 같다.

◇ 자사주 '뻥튀기' =기업이 자사 주식가격을 조작, 자금을 조달하는 수법. 매매차익을 노린 전문 투자자가 아닌 회사 경영진이 직접 '작전' 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티타늄은 96년 2월 금리가 낮은 해외전환사채 (CB) 를 추가발행, 운영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CB를 주식으로 전환시켜야 했으나 당시 한국티타늄 주가는 전환기준가인 1만4천원에 못미치는 8천원대였다.

직접 주가조작에 나선 이흥주 전 사장은 부산투자자문 대표 조장호씨 등에게 회사공금 4백11억원을 주고 "우리 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달라" 고 부탁했다.

조씨 등은 이 돈으로 1천여차례나 매수주문을 내 주가를 단숨에 2만5천원선으로 끌어올렸다.

◇ 부도직전 주식처분 =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의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집중매각, 곧 휴지조각이 될 주식을 사들인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삼양식품㈜ 대표 전인장씨는 부도가 예상되던 지난 1월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12만주를 10억원에 팔아 결과적으로 7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또 신풍제약㈜ 장용택 사장은 지난해 12월 회사주식 6만주를 부도 직전 처분, 1억9천여만원을 챙겼다.

◇ PC통신에 엉터리 정보 확산 = 증권전문가가 엉터리 정보를 컴퓨터통신망에 퍼뜨려 주가가 오르도록 조작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한진투자연구소 소장 이상윤씨는 지난해 6월 4개 PC통신망에 S전자의 주가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투자자들을 모았다.

李씨는 주가가 급등, 1주일만에 1억7천만원의 차익을 남긴 정모씨로부터 6천만원을 받는 등 3명의 투자자로부터 수수료 2억8천만원을 챙겼다.

◇ M&A 정보 유포 = 기업 인수.합병 (M&A) 정보를 퍼뜨려 증권거래소에 공시되고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했다.

Y증권 지점장 오재영씨 등 2명은 지난해 8월 고니정밀㈜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것처럼 공시되게 해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모두 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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