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사장, 현대차 부회장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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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정의선(40·사진) 사장이 현대자동차 기획·영업 담당 부회장으로 21일 승진했다. 기아차 사장 자리에서는 물러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아들인 정 사장은 그간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기아차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은 그는 환율 불안 등으로 적자 늪에 빠진 회사를 지난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시켰다. 또 슬로바키아 공장 등 해외 생산·판매 거점을 착실히 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경쟁사들의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올 상반기 기아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그는 2005년 2월 기아차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디자인 경영을 주문했다. 현대차와 같은 엔진과 차체를 쓰는 기아차가 디자인으로 차별화하지 않고는 판매력과 생산성에서 뒤져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통합 디자인연구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기아차 디자인 담당자들의 ‘현대차엔 이길 수 없다’는 패배의식도 문제였다.

그는 2006년 9월 결단을 내렸다. 아우디·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재경본부에선 부대비용을 포함해 연봉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스카우트를 반대했지만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을 하려면 그가 필요하다’며 밀어붙였다. 그리고 디자인 조직을 현대차에서 분리했다. 이후 기아차는 디자인 경영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런 점이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된 대표적인 공적이다.

한편 이형근 기아차 해외영업본부 담당 부사장은 해외영업·기획·마케팅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이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현대차 상품 개발을 주도한 상품 및 마케팅 전문가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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