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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展-예술의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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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기 78~85년 예루살렘에서 대대적인 발굴이 이뤄져 토기 등 기원전 10세기~기원전 6세기의 많은 유물이 출토됐다.

그 중 학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신상. 왜 하나같이 목이 잘린 것들만 나올까. 의문은 함께 발굴된 '샤반의 아들 그마르야후' 라는 이름이 새겨진 점토 봉인 (封印)에 의해 풀렸다.

그마르야후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물. 학자들은 발굴 장소가 바로 다윗이 여부스 성을 점령하고 나라를 세운 곳이며, "다윗이 성을 점령하고 우상의 목을 쳤다" 는 성서 구절이 실제 역사였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 점토 봉인을 포함해 좀체 보기 어려운 고대 이스라엘의 유물 4백5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앙일보.이스라엘 문화재관리청 공동주최로 29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 전 (02 - 322 - 9807, 751 - 9653).

기원전 3천년전의 무기, 기원전 1천년~기원전 5백년경의 토기.점토인.신상, 고대 이스라엘 왕의 상징인 홀, 서기 3~4세기의 동전.청동 등잔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들을 만날 기회다.

아시리아의 조각도 눈길을 끈다. 아시리아 군이 라기스 성을 무너뜨리고 승전 기념 기록을 남긴 것으로 구약성서에도 "아시리아가 라기스를 함락하고 예루살렘으로 진격했다" 는 기록이 있다.

또 가롯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대가로 받았다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은전과 이른바 '과부의 동전' 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푼을 헌금하는 것을 보고 예수가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을 냈다" 고 했다는 동전이 바로 이것이다. '과부의 동전' 은 이스라엘 유물관리청의 특별 허가를 받아 7백개를 전시장에서 판매도 한다.

전시 유물은 상당수가 국보급으로 대부분이 진품이다. 다만 94년 이스라엘 텔 단에서 발굴된 아람왕 하사엘의 승전비 (기원전 9세기) 는 복제품이 전시되지만 내용이 뜻깊다. 바로 이 비에 새겨진 '다윗 가문의 왕 아하시야를 죽였다' 라는 글을 통해 다윗왕이 실존인물임이 증명됐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해외 공개는 처음일 정도로 이스라엘에서 소중히 여기는 물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 '사해문서' 는 적외선 촬영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워낙 중요한 유물이라 이스라엘 내에서도 진품은 전시되지 않는다.

이집트의 유물을 연상케하는 무덤 부장품들도 있다. 이집트 문화의 영향이 컸기에 이런 유물들이 이스라엘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부분 유물들이 크기가 작아 이집트나 로마의 것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맛을 즐기는 우리에게는 얼핏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그러나 90년대 초 뉴욕에서 이스라엘 유물 전시회가 열렸을 때,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은 유물들이 왔다. " 전시회는 서울에 이어 광주 비엔날레관에서 4월 13일부터 6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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