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예술의전당서 탁본 희귀본 전시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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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단단한 비석에 새겨진 글자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만다.

탁본은 그것을 대비하는 것으로서 희미해져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비문도 옛 탁본을 통해 생생히 되살아나곤 한다.

임진왜란 직전부터 일제시대 사이에 만들어진 옛 희귀 탁본 1백5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22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열리는 '옛 탁본의 아름다움, 그리고 우리 역사' 전 (02 - 580 - 1510~8) .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는 황초령비 탁본이다.

신라 진흥왕 순수비중 하나로 함경도에 있어 지금은 볼 수 없다.

특히 이 탁본에는 구한말 개화파의 거두 박규수가 중국에서 직접 구해왔다는 기록이 적혀 있어 그 가치를 더하는데 그간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했던 것이다.

비석은 없어진 경북군위 인각사의 보각국사비 탁본도 전시한다.

이 석비가 왜 사라졌는지, 예술의전당 이동국 전시기획팀 과장의 설명이 흥미롭다.

"보각국사비는 중국 최고의 명필 왕희지의 글자를 따서 만든 겁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탁본을 탐냈죠. 그런데 양반님네들이 직접 탁본을 했겠습니까. 심부름하는 탁본가중에 성격 급한 사람이 화를 내고 비석을 부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 일제 초기의 광개토왕비 탁본,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의 사산비명중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 역시 신라의 명필 김생이 쓴 태자사 난공대사 백월서운탑비 등도 주목할만하다.

12월 23.26일, 1월 9.16.23일에는 일반인을 위한 금석문 강좌도 열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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