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CS 빅딜 협상 물밑서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개인휴대통신 (PCS) 을 포함한 휴대폰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 분야의 빅딜에 부정적이었던 배순훈 (裵洵勳)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물러나고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이 '빅딜 가능성' 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간 합병논의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것.

현재 PCS 업계에는 SK텔레콤. LG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신세기통신 등 5개 업체가 몰려 과열경쟁.중복투자 논란을 빚고 있다.

이중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고 한통프리텔은 한솔PCS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통프리텔과 한솔PCS측은 서로 상대방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두가지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PCS 업계는 3사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합병 및 통합논의 방향 = 당초 정보통신부가 부즈 앨런사에 장기적 통신사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용역을 맡기면서부터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부즈 앨런은 "휴대폰 업계의 과당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통합 등을 통한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 는 보고서를 지난 10월 내놓은 바 있다.

각 업체는 그 후에도 여전히 빅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SK텔레콤이 포철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기통신 지분 (16.6%) 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여권 고위 당국자의 지시로 협상이 시작됐으며 현재 SK그룹 내 최고위층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챙기고 있다" 고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도 "정부도 관심을 갖고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포철 지분 외에 2대주주인 코오롱 지분 (15.5%) 까지 인수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사용 중인 주파수가 같고 교환기.기지국 장비를 같이 쓸 수 있어 기업결합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한통프리텔측은 한솔PCS 지분을 갖고 있는 벨캐나다를 통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통프리텔 관계자는 "벨캐나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 책임자를 통해 통합논의를 벌여왔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솔PCS측은 "한때 벨캐나다를 통해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며 "앞으로 빅딜 논의가 본격화하면 한통프리텔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 고 입장을 밝혔다.

◇걸림돌은 무엇인가 = 다른 분야의 빅딜이 '산고 (産苦)' 를 겪고 있는 것처럼 이 분야의 빅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SK텔레콤 - 신세기통신의 빅딜은 지분을 넘겨야 하는 포철의 입장이 불투명한 상태. 포철은 "철강분야 빅딜의 추이를 봐가며 결정하겠다" 는 입장이다.

코오롱의 태도 역시 변수다.

코오롱은 포철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 전화회사 사우스웨스턴벨로부터 4억4천만달러의 외자를 도입하기로 돼있다.

이와 관련, 코오롱은 "포철이 신세기통신 지분을 팔 경우 우선 매수권이 코오롱에 있다" 는 입장이다.

코오롱은 포철이 가진 16.6%의 지분 중 5%만 자신이 인수하고 나머지 11.6%는 사우스웨스턴벨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수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기통신 주식은 현재 사채시장에서 주당 5천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는데 SK는 여기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 매입할 생각인 반면 파는 측은 최고 2만여원까지 주장할 것으로 보여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통프리텔 - 한솔PCS의 경우 서로 '맞인수' 를 선언해 앞으로 양사간에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한솔그룹의 경우 주력인 신문제지 분야를 해외에 매각한 돈으로 정보통신 분야를 주력업종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한솔PCS 관계자는 "현재 5백억원을 들여 태평양횡단 광케이블사업을 벌이고, 회선임대 업체인 지앤지텔레콤의 국내 장거리 광케이블망 인수가 성사단계에 있는 등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통프리텔과 재무구조를 비교하면 우리가 훨씬 낫다" 며 "빅딜을 추진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 고 덧붙였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