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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권력형 토착 비리 집중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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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토착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청 수사국은 19일 “공직사회 부정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중점 단속 대상은 지역의 이권을 둘러싼 공무원과 토착 세력의 비리다.

경찰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각종 기금·보조금 횡령 ▶지역 유지나 토착 세력의 인사 청탁 ▶공사 수주 등 이권 개입 행위 등을 중점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 13개 지방검찰청 검사장 인사가 이뤄지면서 지검별로 비리 첩보 수집 및 검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내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고 수일 내로 부장검사 및 평검사 인사가 실시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검찰 수뇌부 공백 등으로 검찰 수사가 3개월여간 정지 상태였다”면서 “그만큼 ‘칼’을 오랫동안 갈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어느 때보다도 의욕적으로 일할 것이란 얘기다.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는 향후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토착 비리의 대부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권력형 부정부패가 드러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도 지역 기업인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지역 사업의 인·허가와 세무조사 무마 등과 관련해 문어발식 로비를 벌인 것이 큰 줄기였다.

따라서 이번 토착 비리 수사는 매년 되풀이되는 전시용 수사가 아니라 비리의 근원을 캐내는 ‘현미경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박상융 마약지능수사과장은 “현재 각 지방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비리 형태를 추적할 계획”이라며 “사회복지와 관련된 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축제에 쓰이는 예산은 제대로 집행되는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경찰청 수사국장 주재로 전국 지방청 수사·형사과장 화상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수사 지침을 내리고 단속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의 범죄 첩보 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과 공직사회 내부의 제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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