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교육정년 막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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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교육위원회로 올라온 교원정년 감축안이 막판까지 진통과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 여당인 국민회의.자민련이 단일안도 없이 승강이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에는 국민회의가 "양당이 함께 교원정년 62세에 최종 합의했다" 고 발표했다가 자민련에서 반박성명을 내는 등 혼란이 극에 달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현행 65세 정년에서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 며 초강경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틀밖에 안남은 정기국회 회기안에 이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 공동여당 갈등 = 양당 모두 이견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단일안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미 세차례나 입장을 바꾸면서 체면을 구길 만큼 구겼다.

처음엔 '60세로 단축' 을 밀어붙이다 반발이 일자 '3년간 점진적 시행' 으로 후퇴했다.

당정협의와 국정협의까지 거친 뒤 공식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여당 상임위 의원들조차 승복하지 않자 국민회의는 14일 정년을 61세로 다시 한번 조정했다.

자민련은 여전히 정년 63세 주장을 고집했다.

담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양당의 교육위원들과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장관 사이에서 이뤄졌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안의 중간을 딱 잘라 62세로 절충하자는 것이다.

李장관은 "정년 60세 감축안은 당초 기획예산위의 안이고, 교육부는 그렇게 급격한 정년단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며 "내심 61세나 62세를 생각하고 있었다" 고 고백했다.

결국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애초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치권만 논란을 거듭했던 셈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회의 설훈 (薛勳) 의원은 이날 오후 "99년부터 교원정년을 62세로 하는 선에서 자민련과 최종 합의했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위가 정회하는 사이 국민회의의 발표내용을 전해들은 자민련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자민련 김현욱 (金顯煜) 의원은 "우리 당은 국민회의와 정년 62세에 합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 며 국민회의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후 위원장실의 문을 닫아걸은 채 이견조정을 시도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 한나라당 대응과 전략 = 16일에도 "교원 정년은 현행대로 65세로 하자" 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당지도부가 그렇게 결론을 냈다.

그러나 여론이 교원정년 단축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때문에 내부적으론 '정년 63세안' 을 전략적 대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일 여권이 62세로 공동안을 만들 경우 1년간의 차이밖에 없어 협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은 여권의 자중지란 (自中之亂) 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 교육위 공방 = 오전 10시로 예정된 교육위는 여야는 물론 2여 (與) 간 이견으로 오후 3시까지 연기됐다. 정회도 몇차례 있었다. 교원 정년감축 외에 학교운영위원회 개정법안도 문제였다.

현재 국공립학교에 심의기구로 설치돼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사립학교까지 확산시키는 대신 이를 전부 자문기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장 밖에는 학부모모임.한국사학재단협의회.국공립교장협의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무더기로 몰려 로비전을 벌이는 등 어수선했다.

그러나 결국은 교원정년과 학교운영위 관련법을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채 산회했다.

김종혁.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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