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살리려면 신뢰부터 얻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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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이 민생.경제회생을 외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3개 특위를 만들었다. 일자리창출.규제개혁.미래전략특위다. 당초 이들 특위는 정치개혁.남북관계특위와 함께 지난 5월 여야 대표가 국회에 설치키로 합의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야당에 앞서 당내특위부터 구성하면서 의지를 과시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아직 국민은 여당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걸핏하면 지도부의 말이 바뀌기 때문이다.

신기남 당의장은 이날 "본질적인 것은 민생경제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5월 19일 신 의장의 취임기자회견을 기억한다. 이때 신 의장은 "언론.사법개혁,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당력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니 어느 것이 진심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위발족 기자회견에서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민생.경제 살리기 국회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로 얼마 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그의 이 발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헷갈린다. 이날 천 대표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역량 결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게 진심이라면 천 대표는 지난달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정권 흔들기의 저의가 있고, 지역주의 색채가 있으며, 수도권 부유층.상류층의 기득권 보호 측면도 많다"는 편 가르기 발언에 대해 먼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과반수 집권당이라도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안정성이 생긴다. 그래야 국민도 믿음을 갖고 안심하게 된다. 실제는 언론 때려잡기, 과거사 캐기, 사학 개혁 등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가면서 말로만 경제를 살린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특위 몇 개 만든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열린우리당이 정말로 경제 살리기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마음 얻기에 나서라. 국민의 마음이 풀어지면, 불안하지 않으면 경제는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