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 노사 갈등 다시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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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칼텍스정유 노조원 200여명이 9일 여수공장으로 출근하려다 회사 측에 의해 저지당하자 공장 정문 앞에서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수=양광삼 기자

전남 여수 LG칼텍스정유 노사가 이번엔 업무복귀 방식을 놓고 충돌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개별적으로 복귀 신청을 받아 심사를 마친 뒤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은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를 선언한 만큼 회사 측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서로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업무복귀를 선언한 노조원들은 9일 오전 7시 교대근무조와 8시부터 근무에 들어갈 낮근무자(환경.관리직 등) 100명씩 200여명이 회사로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복귀 희망자에 대해서는 개별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공고문을 발표한 만큼 집단 출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들의 출근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출근을 막자 "복귀 의사를 통보했는데도 회사 측이 출근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불법"이라며 "회사는 현장 복귀를 보장하라"고 회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회사 측이 우리(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의 복귀를 막고 길거리로 내몰아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며 "정당한 요구가 수용할 때까지 출근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오전 10시쯤 10여㎞ 떨어진 여수시청 앞 잔디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하고 오후 2시30쯤엔 다시 회사 정문 앞으로 시위장소를 옮겼다. 이날 오후 3시와 오후 11시 교대시간엔 출근투쟁에 참여한 노조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집단 출근을 받아들일 경우 조정실 재점거나 파업불참 또는 선복귀 노조원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등 편가르기가 우려돼 근무자들을 보호하고 사내질서 유지 차원에서 정해진 복귀절차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9일 현재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 121명이 개별복귀를 신청하고도 일부 노조 간부들의 압력으로 개별심사에 응하지 않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며 파업 재발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공장 주변에 배치된 8개 중대 900여명의 경찰력을 이달 말까지 유지해 주도록 요청했다.

이를 지켜보는 여수 시민과 사회단체들은 "또다시 파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이번 기회에 새로운 노동운동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수 상공회의소 정병식 조사부장은 "노조원들이 조건 없이 복귀를 선언한 만큼 회사의 규정에 따라 복귀를 해야 하며 회사 측도 강성 노조원들을 제외하고는 선처를 베풀도록 노력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 불참 노조원 등 직원 440여명으로 정상 가동을 하고 있는 회사 측은 폭력 등 파업에 적극 가담한 노조원 50여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0~13일 열 예정이며 경찰에 고발된 65명의 수사상황에 따라 노조원들의 개별적인 현장 투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탈 노조원 641명 가운데 9일 현재 140여명이 개별복귀를 신청해 옴에 따라 이 중 50여명을 공장으로 불러 개별심사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노조원들의 개별 복귀가 끝나면 직원 가족들이 참여하는 화합대회 등 노.노갈등 해소를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여수=서형식.천창환 기자<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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