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분주한 주말…대국민사과·중동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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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하원 법사위의 자신에 대한 탄핵결의안 가결을 전후해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국내외로 동분서주하는 등 바쁜 주말을 보냈다.

클린턴은 먼저 하원 법사위가 위증과 사법방해.권력남용 등 탄핵 사유별로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인 11일 오후 4시10분 TV를 통해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 참모진과 전날밤 늦게까지 탄핵표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클린턴은 이날 다소 침통한 표정으로 "지금까지의 일에 깊이 사과하며 의회의 견책을 수용하겠다" 고 밝혔다.

탄핵안의 법사위 통과 뒤에도 클린턴은 참모진과 함께 하원표결에 대비한 다각적인 로비를 계획했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각료와 참모진을 총동원해 하원의원들에게 전화 로비공세에 나섰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도착한 13일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으며 14일에는 가자지구를 방문,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과 만난 후 팔레스타인민족평의회 (PNC)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클린턴은 이번 방문을 통해 국제 지도자로서 변함없는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탄핵안으로 얼룩진 자신의 위상을 만회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미 헌정사상 세번째로 재임 중 탄핵 대상에 오른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기록,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물론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원 의석 분포에 비춰 이번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만 상원에선 부결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다.

1868년엔 앤드루 존슨 대통령에 대해, 지난 74년엔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해 탄핵이 추진됐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대통령을 지낸 존슨은 당시 전쟁담당 비서의 해임권을 둘러싸고 의회와 대립한 끝에 하원에서는 탄핵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단 한표 차이로 부결돼 탄핵을 모면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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