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좀도둑 고객에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3개월에 한번씩 재고조사를 하면 잃어버린 물건이 평균 6천만~7천만원어치는 됩니다. 지난해만 해도 평균 3천만원대였는데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이후 2배로 늘어났어요." 한 할인점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물건을 슬쩍 가져가 버리는 좀도둑고객' 때문에 할인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해액도 지난해에 비해 2배정도 늘어났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 도난방지 표시와 센서를 부착하고 CC - TV를 증설하는 등 각종 도난방지대책도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에는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

◇ 무엇을 어떻게 가져가나 = 할인점 관계자들은 "면도기. 건전지. 화장품.카세트 등 '작고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 은 무엇이든 표적이 된다" 고 말한다.

보통 상자나 묶음으로 판매하는 사탕.초콜릿.과자 등은 한두개 정도 꺼내 매장내에서 먹어버리는 것은 흔한 일. 할인점내에는 휴지통이 없기 때문에 먹고난 포장은 쌓여있는 옷 사이에 끼어놓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가버리기가 일쑤다.

이 때문에 롯데 마그넷 강변점의 경우 아침 매장정리를 하면서 쌓여있는 옷들 사이나 호주머니를 조사해 휴지들을 빼내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 팬티.양말 등 내의류는 겉포장을 벗기고 내용물만 호주머니에 넣고 가져가는 사례가 가장 빈번하다.

또 빈 박스는 진열대 상품들 속에 함께 진열해두는 바람에 일반 손님들이 물건이 든 줄 알고 가져나오다 계산대에서 빈 박스라는 것을 알고 화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적발되는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화장품. 킴스클럽의 경우 도난경보장치 등으로 적발하는 경우 70~80%가 화장품이라고 말한다.

◇ 얼마나 잃어버리나 = 마그넷 강변점 위탁매장이었던 카세트테이프 매장의 경우 첫달 잃어버린 테이프가 전체의 20%에 달해 아예 매장을 철수해버렸다.

이후 이 매장에 새로 들어온 업체는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도록 각종 시리즈라는 명목으로 5개씩 묶음판매를 하고 있다.

롯데측은 지난 4월 마그넷 문을 열면서 1천만원을 팔면 4만원 정도는 잃어버릴 것을 각오를 했지만 실제 도난품은 이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예상액을 훨씬 높여 '1천만원에 7만원어치 이상은 잃지 않도록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화마트 부평점도 매달 도난품이 평균 2백만원 정도에 이르고, E마트 분당점은 6개월에 한번 하는 재고조사에서 1억원 정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마트 분당점의 경우 분실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 이는 판매사원.아르바이트 등 일반 할인점으로는 상당히 많은 7백여명이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매대를 지키기 때문이라는 것.

킴스클럽은 지난해까지는 물건을 훔쳐나가는 손님을 3일에 1명꼴로 적발했지만 올해는 3일에 2명꼴로 적발건수도 늘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도난물건의 30%도 안된다는 게 매장관계자의 설명.

◇ 도난방지 대책 = 할인점은 물건마다 도난방지표시를 붙여 그냥 들고 나오면 계산대마다 부착된 도난방지센서에 적발되도록 하고 있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이 표시까지 떼고 나오기 때문에 더욱 적발이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마그넷의 경우 현재 8대 뿐인 카메라를 20대로 증설하기로 했다.

킴즈클럽도 CC - TV 카메라를 증설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회선과 연결되지 않은 전시용 카메라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한화마트는 매장내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며 문제를 해결해주는 아르바이트생 롤러보이에게 수시 매장점검 임무도 맡기는 한편, 손님과 구분되지 않게 평상복차림의 보안요원 2인1조 2개조를 편성해 매장순시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마그넷 강변점 매니저인 박상익 과장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훔친 것으로 의심이 되는 손님이라도 소지품검사를 할 수가 없어 그냥 보낸다"며 "할인점은 인건비를 절약해 그만큼 물건값을 낮추는 만큼 사람을 더 쓸 수는 없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할 뿐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고 말한다.

할인점 관계자들은 "별 생각없이 작은 물건 한두개를 집어가서 생기는 도난사고가 늘면 결국은 매장에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런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