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남미 엇갈린 경제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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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양대 이머징마켓 (신흥시장)인 아시아와 중남미의 경제기상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년이상 금융위기 한파로 허우적대던 아시아 경제는 이제 몸을 추스리고 있는 반면 지난 여름이후 흐려있던 중남미 하늘에는 짚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 회복기미 아시아 = 국제통화기금 (IMF)은 최근 "한국과 태국은 통화가 안정되고 금리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보기에 두 나라는 이제 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 (IBRD)과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등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국은 경제위기 1년만에 외환보유액을 5백억달러 이상으로 늘려놓았으며 주가 또한 5백선을 뛰어넘는 등 경제에 '청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치솟던 금리도 8%대로 떨어졌다. 태국 역시 내년에 1%정도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주가와 바트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으며 외환도 3백억달러 이상 확보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목표였던 8%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7.6%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7% 안팎의 건실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경기진단에 엄격한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장관이 8일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해 지난달 대형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환율등 경제지표 안정에도 불구하고 하비비 대통령 퇴진운동이 거세지고 있어 해외투자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 먹구름 중남미 = 중남미 전체 국내총생산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어 중남미는 물론 경제연관도가 높은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은행은 브라질 경제침체로 인해 중남미 전체 성장률이 올해 2.5%에서 내년에는 0.6%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라질은 IMF로부터 1백8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해놓고도 하원이 지난 2일 '공무원연금 부담증액 법안'을 부결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IMF는 재정안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전제로 지원을 약속했는데 브라질 하원이 이런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자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상파울루 증시가 곤두박질쳤으며 미국의 주가와 달러 값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산유국인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도 유가가 사상 최저수준인 배럴당 9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세입의 30% 이상을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국가로서는 유가하락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8일 부패청산과 경제재건을 내세운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하루만에 카라카스 증시가 22%나 폭등했지만 그 여세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을 방문해 "올해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러나 대(對) 브라질 수출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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