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방만한 운영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개 국립대의 조직.인력에 관한 경영진단평가 (올 3~4월 기준) 결과는 막연히 추측돼온 국립대의 방만한 운영실태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학생수 1만5천명 미만 국립대와 특수목적국립대.산업대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국립대 구조조정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국립대 운영실태 =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립대의 문제점으로 ▶비효율적인 인력구조▶방만한 조직운영▶학내 경쟁시스템 부재 등을 꼽았다.

국립대 단과대는 규모.특성에 관계없이 행정실 편제.직급이 같은 데다 행정실 직원 (실장 포함 4~10명) 도 비교대상인 사립대 (경희대.한양대) 의 2~3명보다 많았다.

학부수가 1개 증가하면 학과수가 3개씩 줄어드나 국립대의 평균 학부수 (6개) 도 사립대 (10개) 보다 훨씬 적어 국립대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립대의 단과대 교수 배치도 상당히 불균등해 국립대 교수당 평균 학생수는 27명이나 사범대는 13명에 불과했다.

특히 충북대의 경우 가장 많은 경영대 (53.5명) 는 사범대 (12.6명) 보다 40.7명이나 많았다.

박희정 (朴熙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립대에 부실 연구소가 많은 것은 일부 교수들이 연구실적을 늘리기 위해 연구소 설립과 함께 학술지를 만든 뒤 전혀 평가받지 않은 자신의 논문을 싣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 원인.개선책 = 국립대의 많은 문제점은 총장 직선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됐다.

총장 선거 후 논공행상 차원에서 보직이 배정되는 데다 교내에서 '힘 있는' 교수가 개인 이익을 위해 각종 위원회.부속기관을 만들어도 총장이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40% 이상의 대학 총장이 2.3위 득표자의 연합으로 당선되는 등 '캠퍼스 정치' 가 횡행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장을 총장선출위원회에서 선출▶총장의 학장 임용▶단과대의 권한.책임강화 및 경쟁체제 마련▶원가개념 등 경쟁시스템 도입▶대학의 자율권 확대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오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